외상, 응급, 심정지… 중증환자 살리는 병원

홍은심 기자

입력 2019-07-10 03:00 수정 2019-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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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구로병원

고대구로병원의 김남렬 중환자실장(오른쪽·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장)이 중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고대 구로병원 제공

고대 구로병원(원장 한승규)이 중증질환 관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며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2014년 암 병원 오픈을 시작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오픈, 중환자실과 신생아 중환자실 확충, RRT 신속대응팀 운영 등 전방위적으로 중증질환자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증외상전문의 육성 이끌어

고대 구로병원은 201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외상전문의 집중 육성병원’으로 선정됐다.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를 운영하고 외상 치료전문의를 다수 확보했다.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는 국내 중증외상 전문의를 육성한다. 현재 외상골절과 골수염 분야에서 명의로 손꼽히고 있는 오종건 정형외과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다.

다발성 중증외상환자 발생에 대비해 외상전문의로 이뤄진 외상팀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 전용 중환자병상과 외상전용 수술실 등을 갖추고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소방항공대와 MOU를 체결하는 등 시스템도 확충했다. 응급의료센터, 정형외과, 외과를 비롯해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관련 전문 진료과와 유기적인 협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국내에서 독보적인 외상전문의 육성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최적의 인프라 구축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서울에서 최고 등급(A등급)을 받은 유일한 센터다. 전문중증외상팀을 비롯한 여러 진료과와 유기적인 협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응급전용 중환자실, 수술실, 병상, 헬리포트 등을 갖추고 있다.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맺어 응급상황에 안정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처한다.

특히 2010년 감염병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며 선제적으로 구축했던 격리 외래와 음압병실을 별도의 출입구를 갖춘 감염 격리진료실로 확장했다.

입원환자 심정지 환자 발생 제로, 신속대응팀

고대 구로병원은 입원환자의 심정지를 예방하기 위한 신속대응팀(RRT·Rapid Response Team)을 운영한다. 신속대응팀은 입원환자들의 악화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사전조치를 통해 환자의 심정지를 예방한다.

‘코드블루’는 환자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을 의미하는 비상코드이다. 통계에 따르면 심정지를 겪은 환자가 다시 병원 밖으로 걸어 나갈 확률은 10% 미만. 심정지 직후 바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20%로 낮다. 하지만 심정지가 일어나기 전 이상증후를 통해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면 생존률은 30%이상 높일 수 있다.

고대 구로병원은 ‘콜링 시스템’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콜링 시스템은 병동 간호사와 전공의들이 심정지가 일어나기 전 환자에게 나타나는 10가지 이상 징후 중 3가지 이상이 비정상을 보이면 신속대응팀을 호출하는 시스템이다. 동시에 신속대응팀 전문 간호사가 입원한 환자들의 차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들의 다학제진료

중환자실은 생명에 위협을 받는 중증환자가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는 곳이다. 고령화에 따른 중증질환의 증가, 신종플루·메르스 사태와 같은 감염병 재난 등을 거치며 중환자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고대 구로병원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강화하기 위해 중환자실을 철저하게 집중·관리하고 있다.

중환자실은 총 76병상으로 외과계, 내과계, 응급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 네 파트로 나눠 운영한다. 서울 서부지역 유일한 권역응급 중환자실로 지정돼 위급한 환자에게 검증된 시설 의료진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진료과별 담당의, 간호사, 약사, 영양사로 이뤄진 다학제팀이 주 3회 다학제 회진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상태를 함께 평가하고 논의해 약물과 영양지원부터 환자의 입·퇴실을 결정한다.

4월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 기관으로 선정됐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고위험 산모와 중증질환 신생아 치료를 통합적으로 담당한다. 고위험 임산부의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산모와 태아, 신생아를 관리하는 전문 센터다. 현재 서울에는 고대 구로병원을 포함해 총 4개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암 병원, 원스톱 진료시스템

고대 구로병원 암병원은 ‘Easy(쉽고 편하고), Fast(빠르고), Reliable(믿을 수 있는) 암병원’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2주 내로 완료하는 ‘원스톱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참여형 다학제 협진 시스템도 마련했다.

‘다빈치 Xi’는 직장, 전립선, 유방, 갑상샘 등 다양한 암 치료 분야에서 뛰어난 수술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와 거의 흡사한 초고화질 영상을 다각도로 볼 수 있어 신경,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암병원 의료진이 고사양 로봇수술기로 고난도 정밀 수술을 성공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암 병원은 활발한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암종별로 매주 1, 2회 다학제 진료를 하며 전문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다. 이런 노력으로 말기 암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18년 고대 구로병원은 수준 높은 중증질환치료 시스템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혁신적인 선진의료시스템과 최첨단 장비, 최신 시설을 바탕으로 국내 중증환자 생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 “ 1, 2차 의료기관 신뢰 깊어 중증환자 비율 월등히 높아”

한승규 고대 구로병원 병원장

고대 구로병원은 중증 환자가 많이 찾는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중증환자 비율은 35%. 고대 구로병원은 이를 훨씬 웃도는 57%다. 특히 의사들의 신뢰가 깊어 타 병원에서의 중증환자 의뢰건도 많다. 한승규 병원장(사진)에게 고대 구로병원의 중증환자 시스템에 대해 물었다.



―고대 구로병원의 중환자 비율이 타 상급병원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고 들었다.

중증환자의 특성상 동네 병·의원인 1, 2차 의료기관의 의뢰가 많아 중증환자 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중증환자는 사소한 처치나 판단으로도 결과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환자의 안전과 치료를 위해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대 구로병원은 중증환자 치료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RRT 신속대응팀도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는 국내 유일한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와 서울에 네 곳밖에 없는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렇게 중증환자 치료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중증환자 치료에 앞장서야 한다는 대학병원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이다.


―병원에도 변화가 있는 거 같다. 특히 중환자 관련 시설을 늘리고 있는 것 같은데….

병원 내부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공간을 넓혀 18개 침상의 중환자실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미 내·외과 중환자실과 응급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중환자실을 확충하는 걸 가장 우선했다.


―고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을 받았다. 특히 어떤 부분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고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강점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과 ‘신속한 turn over’ 시스템이다. 패스트 트랙은 외상팀, 심혈관센터, 뇌신경센터의 진료과와 관련된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응급의학과에서 알람이 울린다. 전공의가 아닌 관련 전문의 교수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처지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시스템으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특히 외상팀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고대 구로병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대형병원들의 응급실 적체가 심한 것에 비해 고대 구로병원은 빠른 입·퇴원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들이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고대 구로병원은 연구중심병원이다. 하지만 연구를 위해 문을 연 의료기관은 없다. 진료의 영역에 있어서 탁월하고 안정된 실력을 갖춰야 연구에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고대 구로병원은 중증환자 치료 시스템을 비롯한 수준 높은 진료를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와 일반인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규모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질환의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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