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소생캠페인, 환자 단체가 앞장 서야죠”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9-07-09 11:44 수정 2019-07-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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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소생 캠페인 참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9일 동참했다. 병·의원, 의학회를 비롯한 의료진 참여는 늘어나고 있었지만 환자단체의 소생 캠페인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 대표는 이날 e메일로 동아일보에 ‘닥터헬기 소생캠페인, 환자 단체가 앞장서야죠’라는 제목의 글과 캠페인 참여 동영상을 보내왔다.

안 대표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위원회에 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닥터헬기 소음 민원 때문에 조종사와 의료진이 어려움을 겪고 의욕도 많이 떨어진다는 고충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있어도 주택가에 닥터헬기가 이착륙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의료진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나 앰뷸런스의 ‘삐뽀삐뽀’ 소리를 참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줘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생 캠페인 릴레이 동참자로 응급실 환자 안전사고를 널리 알리는 데 큰일을 한 고(故) 전예강 씨의 어머니 최윤주 씨,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이인재 대표,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추천했다.


※아래는 안기종 대표의 소회를 담은 글 전문.

저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위원회에 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의를 갈 때마다 닥터헬기 소음 민원 때문에 조종사와 의료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의욕도 많이 떨어진다는 고충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있어도 주택가에 닥터헬기가 이착륙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도로뿐만 아니라 주택가에서도 앰뷸런스가 ‘삐뽀삐뽀’하며 소리 내 달린다고 해서 짜증내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앰뷸런스가 빨리 지나가도록 차도, 사람도 모두 비켜서 길을 내주죠.

왜 그렇게 할까요? 앰뷸런스에는 목숨이 위급한 응급환자가 타고 있고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돼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앰뷸런스의 소음을 참고 길을 내줘서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보람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의료진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날아다니는 앰뷸런스인 닥터헬기의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을 참는 것도 앰뷸런스의 ‘삐뽀삐뽀’ 소리를 참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런데도 닥터헬기가 내는 소음에 대해서는 앰뷸런스와 달리 민원이 많아 닥터헬기 조종사나 의료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리와 풍선이 터질 때 나는 소리의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풍선을 터뜨려 그 소리를 참는 참여형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닥터헬기가 비행한다는 것은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신속히 옮겨 살려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환자단체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환자운동을 하는 저도 이 풍선을 터뜨려 그 소리를 참는 닥터헬기 소생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팡~ 하고 풍선을 터뜨려 그 소리를 참습니다.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민원이 아닌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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