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1500만원 스위트룸서 팝-에일맥주를 즐긴다고?… 호캉스도 콘텐츠 경쟁

강승현 기자

입력 2019-07-09 03:00 수정 2019-07-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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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서울 레스케이프호텔에서 진행하는 커피 클래스 ‘헬카페’. 레스케이프호텔 제공
최근 20, 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호텔에서 휴가를 즐긴다는 뜻) 체험을 위해 친구들과 주말 서울의 한 4성급 호텔(레스케이프호텔)을 찾은 정재윤 씨(29)는 생각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호텔에서만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게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에 평소 미뤄뒀던 책까지 챙겼지만 빡빡한 일정에 결국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다.

오후 4시 체크인을 하자마자 호텔 25층에 마련된 ‘팝스타일존’을 찾은 정 씨는 친구들과 파티용 드레스를 입고 ‘인생샷’을 여러 장 남겼다. 팝스타일존에는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골라놓은 의상과 구두, 가방 등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소품이 놓여 있었다. 전문가에게 패션 코디도 받았다. 이어 정 씨 일행은 뮤직룸으로 이동해 고급 스피커로 음악 감상을 하고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호텔 바에서 무료 칵테일을 마셨다. 9시부터는 스윙댄스팀 공연을 보고 새벽까지 이어진 디제이(DJ) 파티에도 참석했다. 정 씨는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생각보다 재미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면서 “도심에서 제대로 된 호캉스를 즐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휴양지 대신 도심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호텔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호캉스’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서머 익스피리언스 라운지.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웨스틴조선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 등 국빈급 인사들이 묵었던 최고급 스위트룸을 이번 여름 일반 고객들에게 개방한다. 27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20층 프레지덴셜스위트 객실을 매주 토요일에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전용면적 310m² 크기의 이 객실은 웨스틴조선 최고급 객실로 하루 숙박비만 1500만 원에 달한다. 침실 외에 집무실, 회의실, 거실, 수행원 공간 등이 있는 대형 객실이다. 호텔업계에서 최고급 객실인 프레지덴셜스위트룸을 고객 체험공간으로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객실은 ‘영국’을 주제로 ‘뮤직 라운지’, ‘비어 라운지’, ‘컬처룸’ 등 총 세 곳으로 꾸며진다. 뮤직 라운지에선 조지 해리슨, 스팅, 스파이스걸스, 샘 스미스 등 영국 팝 음악을 최고급 음향 시스템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비어 라운지에선 영국 북부산 대표 에일 브랜드인 ‘뉴캐슬 브라운 에인’을 맛볼 수 있다. 문화 체험 공간인 컬처룸에서는 이번 시즌에 한해 맥주 전문가의 ‘비어 에듀케이션’ 수업과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마스킹 테이프 아트 클래스’가 열린다.

제주신라호텔의 선셋요가 클래스. 제주신라호텔 제공
JW 메리어트는 일식당 타마유라에서 일본 전통 차에 대한 ‘티 클래스’를 연다. 6명 소규모로 진행하는 이 수업은 매월 2회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일본 전통 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시음을 하고 직접 차도 만들어 볼 수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비용(1인당 7만 원)을 지불하면 참여 가능하다. 제주신라호텔은 이번 여름 수면 위에서 요가하는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플로팅 요가’는 물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요가 동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요가보다 약 3배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석양이 지는 동안 요가를 즐기는 ‘선셋요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캉스를 즐기러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고객이 많았는데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호캉스 체험 고객이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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