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글로벌 IB’…도이체방크, 1만8천명 감원 등 ‘대수술’

뉴스1

입력 2019-07-08 16:41 수정 2019-07-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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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가 직원 20% 감원, 97조원 규모 부실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가 구조조정 가운데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가 직원 1만 8000명을 감원하고, 부실자산 740억유로(약 97조 7007억원)를 매각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손실을 입고 있는 글로벌 주식·트레이딩 사업을 청산하고 채권과 통화 거래 사업도 축소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대신 유럽계 기업과 부유층 고객을 겨냥한 소매 금융과 개인 자산관리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크리스티앙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내부 메모를 보내 “오늘의 발표는 도이체방크의 근본적인 재건이다. 이런 변화들이 우리의 핵심 힘과 DNA에 더 가깝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 계획은 은행 주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교체되고 사업라인이 4년새 3차례 바뀌는 등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감원은 오는 8일부터 진행된다. 구조조정이 끝나면 9만 1000명에서 7만 400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현재 정규직 직원 5명 중 1명 꼴이다.

도이체방크는 초기 구조조정 비용 30억유로를 포함해 2022년까지 약 74억유로의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해 2분기 순손실이 28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또 올해와 내년 주주배당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특별 배당과 주식 환매(바이백)를 통해 2022년부터 50억유로를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도이체방크는 최대 740억유로 규모의 배드뱅크(부실채권전담은행)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차대조표상 2880억유로의 자산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은행(IB) 부문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철수한 IB 부문은 BNP 파리바에 넘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이체방크는 BNP 파리바와 예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지난 1998년 미국 금융회사 뱅커스트러스트(Bankers Trust)를 인수한 이후 세계 최대 은행 자리를 두고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과 경쟁했던 도이체방크가 월가에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속하게 부실자산을 정리한 반면 유럽 은행들은 자본 확충과 사업분야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에 실패하면서 상대적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도이체방크는 주택담보증권(MBS) 불법 판매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72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금리 조작과 러시아 돈세탁 의혹 등 각종 스캔들에도 휘말려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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