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기술무역도 적자…소재 기술도입 39%가 ‘일본산’

뉴스1

입력 2019-07-08 14:58 수정 2019-07-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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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News1


우리나라가 ‘대일(對日) 기술무역’ 시장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도입하는 소재 관련 기술의 약 39%가 일본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전 세계 각국에서 소재 관련 기술을 수입해온 규모가 2017년에 1억달러에 달했는데 이 중에서 일본 비중이 3900만달러를 넘은 것이다. 이는 소재 분야 기술도입액 ‘상위 5개국’ 중 나머지 프랑스, 미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 4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단행하기 위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일본에서의 소재 기술도입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며 이를 일본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7년도 기술무역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對日) 기술도입 규모는 9억9500만달러(약 1조17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9억1600만달러) 대비 8.6% 증가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2017년 전체 기술도입액(164억7600만달러)에서 일본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규모는 6.0%로 집계됐다. 2016년에는 6.2%로 미국(47.8%)에 이은 2위였으나 2017년엔 싱가포르(7.1%)보다 적어 3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일본에 단행한 기술수출 규모는 2016년 5억7300만달러에서 2017년 4억8700만달러로 15% 감소했다. 일본으로의 기술수출은 줄어들고 기술도입은 증가하면서 ’대일 기술무역‘ 적자는 2016년 3억4300만달러에서 이듬해 5억700만달러로 확대됐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일본과의 기술무역 적자는 고스란히 나타난다.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기술수출은 1억8050만달러, 기술도입은 7억1620만달러로 기술무역 적자 5억357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가장 많이 기술도입을 하는 분야는 전기·전자로 2017년 4억7095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과의 ’기술도입‘ 전체에서 47.3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어서 Δ기계 1억5726억달러 Δ화학 9133만달러 Δ섬유 5613만달러 Δ정보통신 5291만달러 Δ소재 3990만달러 Δ기술서비스 2666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재 분야의 경우 전체 기술도입 규모에서 금액 기준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1%로 6번째로 크다. 가장 규모가 많은 전기·전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간 소재 관련 기술도입 규모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그 중요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소재 분야 기술도입 규모는 1억281만달러로 나타났다. 2017년 전체 기술도입 규모(165억달러)의 0.62%에 해당된다.

이 중에서 국가별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일본이 3990만달러로 전체의 38.8%를 차지한다. 개별 국가의 소재 분야 기술도입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는 소재 분야에서 일본 다음으로 기술도입 비중이 큰 Δ프랑스(1231만달러) Δ미국(967만달러) Δ말레이시아(803만달러) Δ중국(798만달러) 등 4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 News1 이은현

한국이 도입하는 소재 기술에서 일본 의존도가 가장 크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기술 분야 중에서 소재의 비중은 4%대로 가장 큰 전자 분야의 10분의 1에도 모자라지만 한국이 전세계에서 수입하는 소재 기술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9%로 가장 많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대일‘ 소재 분야 기술도입 규모도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2007년 일본에서의 소재 기술도입 총액은 1700만달러 규모였으나 2017년 3990만달러로 10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화학 분야 기술도입 규모에서도 미국(1억9114만달러, 35.9%) 다음으로 높은 17.2%(9133만달러)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일본이 소재 분야에서 다른 나라를 넘어서는 경쟁력을 갖춘 것은 100년 이상 기초과학 분야에 끊임없이 인재양성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물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까지 역대 노벨상 수상자 일본인 24명 중에서 21명이 과학 분야에 해당된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기술무역 흑자 비중이 가장 큰 국가이기도 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기술무역 규모에서 흑자 수지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지비‘는 일본이 6.55로 가장 크다. 이는 이스라엘(4.38), 아이슬란드(2.23), 핀란드(2.15) 등을 월등히 넘는 수준이다. 2015년 일본의 기술 도입과 수출을 포함한 전체 기술무역 규모는 455억달러였으며 이 중에서 기술수출이 395억달러, 기술도입은 60억달러로 나타났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13년 발표한 ’일본은 어떻게 소재강국이 되었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재 산업은 공정 경험과 노하우가 성패를 좌우하는 아날로그적 성격이 강해 ’작은 연못에서 큰 잉어를 잡는다‘는 모노쓰쿠리 문화에 잘 부합한다”고 했다. ’모노쓰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쓰쿠리가 합성된 용어로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을 일컫는다.

아울러 일본 내에서 소재·부품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 전통이 일찍부터 갖춰져 장기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상호의존 관계가 형성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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