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 찔린 반도체 봤지?…수소차도 눈 뜨고 당한다

뉴스1

입력 2019-07-08 07:07 수정 2019-07-0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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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쏘 5대가 ‘수소로 밝힌 미래 이벤트’에 사용되는 모습(현대차 제공)© 뉴스1
“일본이 세계 최초로 수소 사회를 실현할 것.”(2014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수소경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2019년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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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수소사회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2014년이다. 올해 초 로드맵을 마련한 우리나라보다 약 5년 앞서 수소경제를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한국에선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했지만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일본에 주도권을 내줬다.

최근에도 일본은 수소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해 미국, EU(유럽연합)와 연대를 선언하는 등 수소경제 패권을 차지하려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마련된 로드맵을 가다듬고 국산화율을 높이지 않으면 언제든 경제보복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15일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 “수소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 미국, EU가 협력을 강화해 세계를 주도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3개국은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수소탱크의 규격과 수소충전소 안전 기준 등에 대한 국제 표준을 만드는데도 힘을 모은다는 계획도 세웠다.

수소경제의 가장 큰 경쟁국으로 떠오른 한국을 배재한 채 주요국과의 동맹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단장은 “한국이 최근 정부 차원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수소경제를 추진하자 이를 견제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며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체계적으로 수소경제를 추진해서 생산, 저장 등 기초적인 분야들에서 앞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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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14년 일찌감치 ‘수소사회 실현’을 선언하고 2020년까지 수소사회 진입을 목표로하는 3단계 로드맵을 내놨다. 토요타가 2014년 개발한 수소전기차 ‘미라이’의 1호 고객도 아베 신조 총리일 정도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 아래 진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소경제 생태계에서 현대자동차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 왔다. 현대차는 2013년 초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ix’ 를 상용화했다. 핵심부품 국산화율도 99%에 이른다. 그러나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으로 초기 수소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투싼ix는 출시 첫해인 2013년 이후 작년 단종될 때까지 6년 동안 모두 916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반면 수소차 인프라가 더 잘 갖춰진 일본에선 토요타가 2015년 ‘미라이’, 혼다가 2016년 ‘클래리티’를 출시하면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미라이는 출시 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6848대 팔렸다.

일본의 판매량이 높은 이유는 자국 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다. 2017년 기준으로 전세계 약 240개 수소충전소 중 일본은 92개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10곳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나 한국은 도심 설치가 불가능해 전국에 충전소가 21곳에 불과하다. 규제 샌드박스 1호로 다음달 완공을 앞둔 국회 수소충전소가 서울시내 첫 상업용 충전소다.

허선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상용 수소차를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기술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지만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관련 산업 생태계가 미성숙해 산업이 본격 성장하지 못 했다”며 “수소산업 전 주기에 대한 생산단계별 기반확충과 기술경쟁력을 제고해 본격적인 산업생태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30년 수소차·연료전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욕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2005년에도 정부는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적이 있다. 수소충전소를 2020년까지 2800곳 만들겠다는 야침찬 계획도 포함됐지만 결국 흐지부지 끝났다. 로드맵 발표보다 이를 실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관련업계가 입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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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로드맵에서 워낙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다보니, 수소 산업 전 생태계를 완전히 내재화하기 위한 구체성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 생태계에 걸쳐 국산화를 이루지 못 하면 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처럼 경제보복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김용태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의 2030년 수소 공급량 목표치는 일본의 5배 이상으로 잡혀 있는데 관련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여서 수전해(물 전기분해) 같은 친환경방식으로는 국내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현재 국내 업체들이 1~2군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산화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결국 남 좋은 일 만 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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