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SK “불화수소 재고 최악의 상황”…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도 중단될 위기

유근형 기자

입력 2019-07-08 03:00 수정 2019-07-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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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문]공장 증설은 환경규제에 막혀
여당 찾아가 대책마련 호소


동아일보DB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일본의 소재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공장이 멈춰서는 것도 문제지만 연구개발(R&D)이 중단돼 세계 1위 반도체 기술력이 경쟁국에 따라잡힐 여지를 주게 된다.”

7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고위급 인사가 4일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공개 면담하고 이같이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수출 규제의 여파가 단순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고 국내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의 30년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는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간부와 불화수소 업체 대표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고량이 한 달 치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불화수소 등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이 고갈됐을 때의 심각성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표현이 나왔다”며 “특히 불화수소 부족으로 R&D가 중단되면 메모리 분야뿐 아니라 대만 업체와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700여 개의 반도체 공정에서 불화수소를 사용하는 공정만 5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관의 어려움 탓에 재고량이 한 달 치도 없는 상태다.

특히 불화수소는 반도체뿐 아니라 신소재 관련 연구 과정에도 필수적인 소재다. 각 기업 반도체 연구소뿐 아니라 대학 등 학계 연구기관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일본의 경제 보복 선언 직후 일본에 구매팀을 급파해 스텔라화학, 모리타화학 등 현지 업체를 찾아 공급을 요청했지만 추가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있지만, 일본산을 즉시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특히 고품질 불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이 부족하다. 기술력 차이가 수십 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 규제로 인해 불화수소 등 소재 산업 육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는 나온다. 2012년 경북 구미 화공업체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이 강화되면서 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증설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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