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은 놨는데…日 수출규제에 고민 깊어지는 정부

뉴시스

입력 2019-07-06 07:09 수정 2019-07-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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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극적인 대응 선언했지만 큰 움직임 없어
국내 수입에서 일본 비중 10%…전체 3위로 의존도 높아
"반도체 생산 차질 빚으면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



일단 맞불은 놨다. 청와대는 지난 4일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를 사실상 ‘보복’으로 규정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서로 죽자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을 여과 없이 내놨다.

국민들의 반일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상품구매와 관광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련 산업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애국테마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의류, 필기구를 생산하는 토종기업을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수혜주로 묶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장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꺼내 들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의 첫 번째 카드에 우리가 대응하면 일본은 다른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일본의 조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강대강·맞보복’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감정적 대응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전략노출’ 이유로 말 아끼는 정부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 3가지에 대해 수출 규제를 걸었다. 일본 기업이 바로 수출 허가를 신청했어도 심사 절차에는 3개월이 걸린다. 우리 기업들이 쌓아둔 소재·부품 재고가 동나면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1~2개월 뒤면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생산 차질까지 2개월 남짓 남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긴박해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일본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주재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와 만났다. 그는 일본이 양자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같은 날 홍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를 끝내고 별다른 발언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애초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 자리였다.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에 상응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동이다.

홍 부총리와 5대 그룹 총수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홍 부총리는 회동 계획에 대해 “청와대와 조율한 후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회동 목적이 일본의 조치와 관련된 것인지 묻자 “그것에 대해선 말을 아끼겠다”고 선을 그었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대응책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소재·부품 국산화를 내놓은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이 두 가지 대응책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전략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며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번 수출 규제로 자국 기업에 돌아갈 피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합의점 찾아가야”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총수입에서 일본의 비중은 10.2%(546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또한 고질적인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54년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106억 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일본 의존도를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깊은 산업 협력관계에 묶여있다”며 “양국 간 협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상처만 남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책을 찾아야 한다. 보복을 보복으로 맞대응하는 ‘강대강’으로 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이다.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조치는 우리 경제 성장률에 당연히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수출을 금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풀어나갈 여지는 남아있다”고 조언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전문위원은 “현재 규제 조치를 당한 3가지 품목 말고도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모든 분야에서 일본산 핵심소재를 쓰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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