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바다로, 섬으로… 상상력이 날아오르는 곳

고흥=김동욱 기자

입력 2019-07-06 03:00 수정 2019-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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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흥|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워 주세요.”

많은 부모들이 바라는 희망사항. 하지만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 이런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는지. 다가오는 방학을 맞아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워줄 여행지를 한 곳 추천한다. 전남 고흥이다.

고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간판 이름 중 하나가 ‘나로○○’. ‘나로’로 시작하는 상점, 모텔, 식당 등이 많다. 고흥에는 국내 유일의 우주센터이자 세계 13번째 우주센터가 있다. 2009년 고흥 외나로도에 들어선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 최초 자체 기술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후 한반도 남해안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고흥은 우주항공과 이와 관련한 관광의 중심지가 됐다. 이제 고흥은 우주로 통하는 입구다. 어떤 곳보다 우주와 친근하고 가깝게 어울릴 수 있는 곳이다.

나로우주센터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지만 그 입구에 위치한 우주과학관은 지난 10년 동안 6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우주체험 명소다. 로켓, 인공위성, 우주탐사 등을 주제로 한 전시품 90여 종과 4D상영관, 야외 로켓 전시장 등이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우주과학을 접하면서 즐길 수 있다. 실제 사용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2010년 개관한 국립청소년우주센터는 국내 최대 우주체험 전문 수련시설이다. 천문대, 천체 투영관, 우주복 체험, 중력 적응 체험 등 다양한 우주체험 시설이 있다. 밤에 성운, 성단 등 각종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우주천문과학관과 우주발사전망대 등 우주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마련됐다. 물론 부모들이 우주에 대해 공부를 해야 되는 부담감은 있지만….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좋다.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을 위해 자연 풍경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주는 체험은 어떨까. 금산면(거금도) 금진항에서 금당도 금당팔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행정구역상 완도에 속한 금당도는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과 그림 같은 해송으로 이뤄진 섬이다. 다도해의 보석이라 불린다. 정작 금당도에서는 보기 힘든 해안 풍경을 유람선에서는 온전히 볼 수 있다. 금당팔경은 금당도의 신비로운 형상의 8가지 기암괴석을 부르는 말. 코끼리 형상을 한 코끼리바위, 부챗살을 펼쳐 놓은 듯한 부채바위, 초가를 빼닮은 초가바위 등 신기한 풍경이 계속 펼쳐진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금세 코끼리가 물을 뿜고, 바다 옆에 초가집이 있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입담 구수한 유람선 해설사의 이야기까지 들으면 없던 동물도 바위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섬 곳곳에 쑥이 많아 ‘쑥 애(艾)’자를 이름에 붙인 애도는 ‘선물 상자’ 같은 섬이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섬이지만 10∼15분 정도 걸어 정상에 올라가면 ‘비밀의 정원’이 숨어 있다. 올라가면서 어떤 정원이 있을지 상상하면서 걷는 재미가 있다. 2016년 개방된 애도는 수백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난대림과 아기자기한 돌담길, 다양한 꽃이 볼만하다. 애도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2016, 2017 대한민국 가고 싶은 섬 33’에 선정됐고 전남 1호 민간 정원으로 등재됐다. 나로도항에서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수영을 해서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절대 시도하지는 말자. 애도 자체는 1, 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가는 도중 절벽에 있는 ‘쑥섬 인어’를 놓치지 말자. 물이 들 때는 보이지 않는다.

아픈 역사의 현장인 소록도는 고흥의 필수 방문지 중 한 곳이다. 섬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귀여운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이다. 현재 600여 명의 환자가 살고 있고 계속 그 수는 줄고 있다. 소록도 안에는 일제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 생활의 실상을 보여주는 소록도 감금실과 한센병 자료관, 소록도 갱생원 신사 등 일제강점기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건물과 표지판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중앙공원은 1936년 일제강점기 때 환자들의 눈물과 땀을 동원해 지은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공원이다. 환자들이 직접 가꾼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이 마치 조각처럼 서 있다.
 

● 여행 정보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오후 5시 입장 마감). 3D·4D상영관은 평일에 3회, 주말에 4, 5회 상영하니 미리 시간을 알아본 뒤 가는 것이 좋다. 어른 3000원·청소년 1500원(전시관), 2000원(영상관). 고흥군 봉래면 하반로 490.

△금당팔경: 금당팔경은 전남 완도에 속한 금당도의 풍경이다. 고흥군 금산면 신촌리 334-21의 선착장에서 유람선(나라호관광유람)을 타야 한다. 오전 11시∼오후 2시(하절기 기준) 수시 운항. 어른 1만7000원, 어린이 8000원. 2시간 소요.

△소록도: 안내소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 장소에서만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고흥군 도양읍 소록해안길 65.

△애도(쑥섬): 나로도항에서 배를 타고 약 3∼5분이면 애도에 닿는다. 오전 7시 30분∼오후 6시 30분에 나로도항에서 출발. 1인당 7000원(도선비 탐방비 포함).

맛집

△금다연: 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요리와 함께 한 상 가득 먹을 수 있다. 4인 기준 6만∼15만 원. 고흥군 고흥읍 신계학림길 8.

△대흥식당: 깔끔하고 푸짐한 백반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식당. 백반 8000원(1인 주문 시 9000원). 고흥군 고흥읍 고흥로 1694.


감성+

△시: 단종대 그 옛날 나의 사춘기에 꿈꾸던/사랑의 꿈은 깨어지고/여기 나의 25세 젊음을/파멸해 가는 수술대 위에서/내 청춘을 통곡하며 누워 있노라/장래 손자를 보겠다던 어머니의 모습/내 수술대 위에서 가물거린다./정관을 차단하는 차가운 메스가/내 국부에 닿을 때/모래알처럼 번성하라던/신의 섭리를 역행하는 메스를 보고/지하의 히포크라테스는/오늘도 통곡한다. - 소록도에서 25세 나이로 강제로 정관 수술을 당한 한센병 환자 이동의 시

△노래: 내 사랑 고흥(남진) 고흥에 안착하기로 한 남진이 자랑하는 고흥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컨택트(2016년·감독 드니 빌뇌브) 우주로 떠나고 싶은 인류와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원제는 ‘Arrival’.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연홍도의 연홍미술관, 분청문화박물관, 팔영산 편백치유의숲을 추천한다.

△중장년층: 쑥섬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둘러볼 수 있고, 아기자기한 재미에 눈까지 즐겁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우주 관련 시설을 보고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1박 2일은 훌쩍 지나간다.

고흥=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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