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의 절반 이상을 추위와 싸우는 몽골, 무얼 먹고 사나 보니…

동아일보

입력 2019-07-05 19:15 수정 2019-07-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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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얼마 전에 몽골에 다녀왔습니다. 공무나 출장 그리고 여행으로 여러 나라를 방문했지만 몽골은 처음이었습니다. 태어날 때 엉덩이에 푸르스름한 몽고반점, 광활한 초원, 제주도로 건너왔다는 조랑말, 세기의 정복자 칭기즈칸 등 우리와도 역사, 문화적으로 친숙한 몽골이지만 그간 교류가 적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치적으로 구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주의 국가가 된 몽골. 면적대비 인구가 적어 경제적인 교류도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국토 면적이 1억5641만2000 ㏊(헥타르)로 한국의 10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300만 정도로 부산과 대구 인구의 중간 정도입니다.

은근 걱정이 되더군요. 대부분 초원지대인 이 나라가 맑은 공기와 청청 환경을 국민에게 제공하겠지만 무엇을 먹고 살까. 현실적인 문제들을 심각하게 생각해봤지요. 일 년의 절반 이상 추위를 버텨야 하고 한겨울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에 어디 맘 놓고 다니기도 쉽지 않을 텐데. 갑자기 몽골 재경부장관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해답이 있었습니다. 몽골 국립예술문화대학의 초청으로 국제 의상전과 국제 세미나를 진행한 덕에 몽골 캐시미어 공장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드넓은 초원이 있었기에 캐시미어 염소를 방목할 수 있었고 혹독한 추위 덕분에 질 좋은 캐시미어를 얻을 수 있었고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었기에 기후와 관계없이 공장에서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었지요. 그중 고비사막에서 이름을 따온 고비(GOBI)라는 캐시미어 회사는 2007년 민영화 돼 몽골 대표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고비는 2100여 명의 직원들이 캐시미어 원료 준비부터 염색, 직조 그리고 디자인을 통한 완제품의 제조까지 합니다. 모든 생산단계를 몽골에서 진행해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가대표 섬유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태국 실크로 스카프, 넥타이 같은 패션 제품부터 커튼, 쿠션, 침구 등의 생활제품까지 생산해 유명세를 떨친 짐 톰슨입니다. 1906년생인 짐 톰슨은 태국 실크를 세계에 알린 미국의 기업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태국에서 복무한 인연으로 태국 실크의 아름다움에 반해 1948년 다시 태국으로 돌아와 타이실크컴퍼니를 세워 1950~1960년대 태국 실크산업의 부활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1967년 말레이시아 정글에서 실종됐지만 그의 이름을 딴 짐 톰슨이라는 브랜드는 태국의 대표 섬유산업으로 현재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전미면화협회(National Cotton Council of America)는 코튼마크(COTTON USA)라는 트레이드마크를 통해 미국산 면과 면제품들을 판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면 티셔츠를 구입할 때 봤던 하늘색 솜사탕 면화 그림이 바로 코튼마크입니다. 공장, 소매업체, 섬유 협회,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산 면의 사용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20곳에 지사를 두고 50여 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섬유와 무관하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360년 원나라에 파견됐던 문익점은 귀국길에 목화씨를 들여와 1364년 고향 진주에서 목면 나무를 시험 재배했습니다 .초기에는 양이 미미했으나 해마다 늘려 1367년에는 사람들에게 씨앗을 나줘주며 드디어 전국적으로 면 재배가 확산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명인 잠실(蠶室)과 잠원동(蠶院洞)은 조선 초 이곳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고 비단, 즉 실크를 생산한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지금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섬유들이 존재하죠. 진주실크, 한산모시 등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이 재료에 머무르기보다는 제품으로, 브랜드로 성장해야 합니다. 매장 인테리어도 고객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서비스도 고객 만족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국가대표 수준이어야 합니다.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국가대표 섬유산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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