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아니면 나와라”…정부, 日에 역공 이틀연속 협의통보

뉴스1

입력 2019-07-05 13:51 수정 2019-07-0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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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일본 측에 두 차례 양자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무역보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규정상 우리측의 협의 요청에 당연히 응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틀 연속 같은 공문을 보냄으로써 일본측의 모순된 태도를 공격하고 있으나 일본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 한국측의 협의요청에 응할 경우 자유무역협정(WTO) 위반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에 말려들게 된다. 계속 협의를 거부할 경우 ‘정치적 보복’이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 돼 명분이 약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카운터파트인 일본 경제산업성 전략물자담당국에 양자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2,3일 이틀 연속 발송했다고 5일 밝혔다.

박기영 산업부 대변인은 “수출 통제(규제) 품목 대상이나 형식,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을 우리 업계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세한 설명을 듣겠다는 취지로 보낸 공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조치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과 관련된 바세나르 협약, 가트(GATT) 협약에 기초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및 자유무역 정신 위배 등을 분명히 따지는 계기로 삼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일본의 규제조치 대응을 전담할 ‘통상현안대응단’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일부터 가동했다. 김용래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TF는 WTO 제소 준비팀, 규제품목 교역 상황을 관찰할 수출입팀. 국내 산업 피해 영향 등을 조사할 영향분석팀. 국제적 공조 및 외신 등을 맡을 대외관리팀 등으로 꾸려졌다. 각 팀은 주로 산업부 소속 국장급이 지휘하고 최근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관련 WTO 분쟁을 승소로 이끈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도 포함됐다.

TF는 이미 WTO 제소를 위한 법률 검토에 돌입했다. 일본이 단행한 통상 규제가 현재로선 반도체 소재여서 우리도 이에 상응한 전략물자 수출 통제 등 관세 분야에서 일본 수출을 제한하는 카드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측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수출규제에는 배터리, D램 메모리, 낸드플래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이 있다”며 “이들 품목은 일본 기업이 상당시간 대체하기 힘들어 단기간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보복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본의 조치가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하지만 ‘강대강’ 대응은 결국 우리 측에 심각한 피해만 입힐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외교로 시작된 문제는 외교로 풀어야 한다. WTO 제소 등의 대응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진영에선 소극적 대응이 능사는 아니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일본이 이번 통상 규제 조치를 넘어서 다른 분야로 전선을 확대해 선전포고 수준까지 도달하면 ‘대응 자제’라는 말을 언제까지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우리가 꼬리내리면 그들이 그만둔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는 상황에 일단 국제법이 보장하는 수준에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대응 수준이나 시기는 현재 일본의 규제 조치로 우리가 입은 피해가 거의 없고, 강제징용 문제 등 외교 갈등을 풀려는 일본 측 의도가 깔린 만큼 감정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게 이 교수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일본이 비자 등 다른 분야로 규제 조치를 확대한 것도 아닌 상황에 우선 관세 부분에서 일본의 조치에 상응하는 가중치를 가진 대응 품목을 잘 찾아내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해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규제 조치가 이달 21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용’ 성격이 강해 실질적 타격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만약 일본이 전선을 확장했을 경우 여론을 의식한 정부 대응 수위가 어떻게 정해질지도 주목된다.

정치계 한 인사는 “일본이 소재부품산업에서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점에서 규제 시 우리 피해가 상당하나 일반적으로 미국·중국과 달리 유독 일본에 대해선 타격을 입더라도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고 맷집도 그만큼 세다”며 “진보정부로서 이런 정서를 고려한 대응에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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