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교체없이 40년 가동… ‘친환경 초소형 원자로’ 개발 시동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7-05 03:00:00 수정 2019-07-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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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기원 연구팀 개발 착수

러시아의 원자력 쇄빙선 ‘야말’이 극지를 항해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개발할 모듈형 소형 원전 개념도. 선박과 잠수함 등에 사용할 수 있고 설치하면 40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위키미디어·UNIST 제공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원자력계 원로인 황일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석좌교수가 쇄빙선과 해양 탐사선의 엔진을 대체할 선박용 소형 모듈 원자로를 정부 지원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황 교수는 6월 말 초소형원전연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선박용 소형 원자로 개발에는 4년간 정부 예산 30억 원, 울산시 예산 6억 원이 투입된다. 4년 내에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실증을 위한 상세설계를 진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보완책”

황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친환경 원전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소형 원전 기술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기후변화, 대기오염과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이 개발할 소형 원자로는 모듈형이다. 핵연료를 3∼7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상용 원전과 달리, 핵연료를 한 번 넣으면 40년 동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핵연료 교체는 비용도 많이 들고 사용후핵연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핵확산 위험, 폐기물 처분 문제가 뒤따른다. 황 교수는 이런 우려를 일괄적으로 해결할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황 교수는 “이번에 개발할 소형 원자로는 원자로를 물로 식히는 것이 아니라 납과 비스무트를 5 대 5로 혼합한 액체금속으로 식힌다”며 “이 액체금속은 123도에서 액체가 되고 1700도에서 기체가 되는데 상온에서 물이나 공기와 만나도 반응과 폭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납-비스무트 고속원자로는 전체 지름이 1.7m, 길이가 6m인 초소형 모듈 원전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운송하는 국제표준용기 내부 지름 1.9m보다도 작다. 폐기하거나 분리하지 않고 통째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선박 사고가 일어나 바다에 빠져도 액체금속이 얼어 버려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물질이 봉인된다.

납-비스무트 고속원자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원자로 내부가 부식될 우려다. 원자로와 배관 등이 일체형인 모듈 원전은 40년 동안 핵연료 교체가 필요 없도록 설계되지만 배관도 교체하기 어려워 내부 부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준위 핵폐기물 심층 처분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점도 일반 원전과 마찬가지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모듈형 원전이 핵잠수함 등 군사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해상용 소형 원자로가 장보고-III(3000t급) 잠수함에 적용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최근 중국이 선박용 원자로를 개발하면서 잠수함 등 군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사회에 제기됐지만 우리는 연구단을 출범하면서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선서를 했다”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황 교수 연구팀은 4년 뒤 개념설계가 완료되면 이후 상용화와 인허가를 위한 상세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상용화 시기는 짧게는 7년, 길게는 10년으로 보고 있다.


○ 美, 中 등 차세대 소형 원자로 기술 경쟁 치열

차세대 소형 원자로에 대한 기술 개발 경쟁이 최근 치열해지고 있다. 원전 안전성을 높이고 건설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가 차세대 원자로로 꼽힌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황 교수가 연구하는 납-비스무트 냉각 방식의 소형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 반응을 일으킨다. 냉각재로 기존 경수로나 중수로처럼 물이 아닌 소듐(나트륨)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 원자로 역시 폭발 위험이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출자한 벤처기업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진행파 원자로’가 대표적이다. 핵연료 제조 과정에서 버려진 열화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며 액체금속 냉각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소듐냉각고속로처럼 화재가 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은 2016년 국가프로젝트로 해상 소형 원자로 개발을 선언하고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박에 설치하거나 극지, 도서지역 등에 안정적으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지만 군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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