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맞대응하면 진짜 무역분쟁 될 것”…해명에도 ‘뒷북 조치’ 지적 이어져
세종=최혜령 기자 ,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7-03 20:40 수정 2019-07-03 20:42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News1 DB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자 한국 정부가 급하게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경제투톱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 경제팀과 안보팀이 동시에 삼성전자 최고위층을 만난 데 이어 관계부처는 내부회의를 통해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큰 틀의 대응원칙도 수립하지 못한 채 실효성이 떨어지는 면피성 ‘뒷북 조치’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일본이 수출규제를 공식 발표한 지난달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5대 그룹 부회장에게 연락해 일본이 문제 삼는 소재의 수입 비중과 예상 피해 규모, 수입선 대체 가능여부, 대응책 등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를 예상한 데다 5대 그룹과 공동 대처하기로 한 만큼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일본 참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21일까지는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즉각 맞대응하면 진짜 무역분쟁이 된다”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애플 구글 등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일본도 물러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대비해왔고 지금은 전략적으로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상반기부터 일본의 보복에 대응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비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목만 TF였을 뿐 제대로 된 논의나 대응방안 마련이 없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해 11월 일본이 한국에 에칭가스 수출을 일시적으로 불허했을 당시 정부가 소집한 회의를 일종의 민관합동회의로 기억하고 있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당시 공급선 다변화 방법에 대한 논의도 나왔지만 실제 조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기업인들은 일본의 일시 수출 불처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보복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파견자를 통해 일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파악하고 정부에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러 경로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심각할 수 있다고 보고가 들어간 걸로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비해 긴급하게 실행 방안을 만든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반도체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잘못된 수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 직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반도체 소재·제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 원 수준의 집중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100대 핵심소재 부품 장비 개발에 드는 돈을 모두 합한 것으로 반도체 관련 개발에는 2020년부터 10년간 총 1조 원이 투입된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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