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D등급 받은 지 10년… 재건축 승인은 언제?

이석호 기자

입력 2019-07-04 03:00 수정 2019-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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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박원순 서울시장의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단지내 현수막과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잠실5단지 재건축 승인 촉구를 위한 조합원 궐기대회(작은 사진).
정복문 조합장
4월 9일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잠실5단지 ‘재건축 승인 촉구’를 위한 2만 명의 조합원 궐기대회가 열렸다.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약속을 지켜달라는 잠실5단지 주민의 하소연 자리였다.

잠실5단지 아파트는 1977년에 준공돼 43년 된 노후아파트로 거주자의 80%가 60세 이상이다.

실제로 자료에 따르면 5단지 소유주 3930명중 75%가 60세를 넘겼고 70세를 넘긴 사람도 14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베이비 붐 세대 혹은 그 윗세대로 잠실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사람들로 우리나라 산업을 일궈 온 주역들이라 할 수 있다. 새로 지어질 집을 고대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재건축에 대한 논란은 더욱 반발과 분노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잠실5단지 아파트의 수도배관 상태.
2010년 안전진단 D등급 판정을 받은 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새 아파트를 지어도 10년이 되면 이곳저곳 하자를 호소하는 현실에서 D등급 아파트 판정을 받고도 10년이 흘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생긴 싱크홀로 단지 내 도로의 움푹 꺼짐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상하수도 오수파이프 파열로 지하실이 오물로 채워진 적도 있다. 여기에 40년 된 외벽과 녹슬고 노후한 배관에서 나오는 녹물을 식음하면서 주민들 상당수가 만성 피부병으로 고생하고 있고 샤워 중 녹물이 빈번하게 나오는 현실에 놓여있다.
상하수도 오수파이프 파열로 오물이 유입된 지하실.

여기에 고치고 또 고쳐 누더기가 된 상황에서 누수 되는 수돗물 파이프와 갑작스러운 단전으로 단지 전체가 암흑세상이 되는 일도 빈번하다 보니 입주민들은 “이제 5단지는 아늑한 삶의 터전이 아닌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5월에 단지 내 복도 천장에서 수박만 한 크기의 콘크리트가 큰 소리를 내며 갑자기 떨어져 복도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일 이 콘크리트 덩어리가 지상으로 떨어졌더라면 아파트 구조물 붕괴는 물론 인명사고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낙석, 붕괴 사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더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 “생존권이 부동산 정책보다 덜 중요하나”

이런 절실한 상황에서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면 잠실5단지의 정비계획을 바로 통과시켜주겠다”는 박 시장의 약속은 잠실5단지 주민에게 희망이 되었고 조합은 노후아파트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수년 동안 상정조차 하지 못하자 조합과 조합원은 거리에서나마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이미 재건축은 50층 준주거종상향 허가와 더불어 도시계획 위원회를 통과하였고 이제 국제공모 한 가지 사항만 수권소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절차만 남아 있는 상태인데 부동산 폭등을 우려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년이 넘도록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8개월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에 시청 앞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해오고 있는 정복문 조합장은 “부동산 경기 때문 아닙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는 박 시장의 대답에 대해 “선출직 정치인의 가장 큰 시정 정신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서울 시민과의 약속을 마땅히 이행 하여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망각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로 강남의 재건축조합과 연대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현재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재건축의 첫 단계인 정비계획 변경안을 지금 승인해 주더라도 실제로 입주까지는 7년에서 1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60세 이상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과연 살아서 입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조합원들은 “원주민이 입주도 하지 못하는 재건축사업이 정말 박 시장이 원하는 재건축사업인지를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호 기자 lsh10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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