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에 취업률 뚝… 특성화고 ‘일자리 한파’

송혜미 기자

입력 2019-07-02 03:00:00 수정 2019-07-0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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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갈 수 있는 데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세종시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김모 양(18)은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고졸 채용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보러 정장을 갖춰 입고 온 김 양은 “고졸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정말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의 특성화고 재학생 김모 양(18)도 이날 같은 면접장을 찾았다. 자신은 지원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면접을 보지는 못하지만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손수 손팻말까지 만들었다. 김 양은 면접이 진행되는 내내 손팻말을 손에 꼭 쥐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 ‘오락가락 정책’으로 피해 보는 학생들


이날 면접장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린 특성화고 학생들의 눈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갈수록 떨어져만 가는 취업률 때문이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전년의 74.9%보다 9.8%포인트 떨어진 65.1%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6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2017년만 해도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모두 하락했지만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전년보다 3.4%포인트 올랐다. 조기취업 통로로 각광받던 특성화고에 1년 만에 ‘일자리 한파’가 불어 닥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취업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상황도 비슷하다. 경남 밀양의 특성화고 재학생 김 양은 “현재 상반기 취업에 성공한 친구는 전교에서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특성화고의 취업난이 심화된 요인 중에는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7년 말 제주도에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학생이 안전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학습형 현장실습만 가능하도록 했다.

조기취업형 실습의 경우 학생들은 3학년 여름방학 시작을 전후해 현장에 나가 보통 6개월가량 업체에서 일을 배워 본 뒤 취업하곤 했다. 현장실습이 사실상 조기취업의 발판으로 운영된 셈이다. 반면 학습형 실습은 10월 말부터 최장 3개월간만 실습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실습 시기가 늦춰지고 기간이 줄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이 특성화고 학생 채용을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전문대 이상 졸업자보다 더 빨리 산업현장에 나갈 수 있는 것이 특성화고 학생들이 내세울 만한 큰 장점이었다”며 “이 장점이 사라지고 조기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중소업체에서 특성화고 출신을 뽑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올 1월 현장실습을 다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정책이 유턴하긴 했지만 기업으로서는 여전히 특성화고 학생을 채용하는 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교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대상 늘어나


정부의 일자리정책에서 특성화고 졸업생이 실종된 것이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 하락의 근본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일자리정책의 초점을 대졸자에게 맞추고 특성화고 졸업생을 비롯한 고졸자는 소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공공기관 신규채용 정규직 중 9.29%가 고졸 출신이었지만 2017년, 2018년은 각각 8.15%, 8.52%를 기록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올 1월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취업한 고3 학생들에게 1인당 300만 원씩 지급하는 ‘고교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인원이 늘어났다.

또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고졸 재직자에겐 대학등록금이 전액 지원되도록 했다. 애초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약속한 학생에게만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고교 졸업 후 3년 이상 재직하다 대학에 들어간 학생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일·학습 병행제도 등을 활용해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지속 가능한 고졸 일자리 정보를 교육현장에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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