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협상에 유통가 ‘촉각’…‘제2 사드 사태’ 우려

뉴스1

입력 2019-06-29 07:07 수정 2019-06-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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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트럼프-재계 만남에도 유통 총수 대거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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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만남을 앞두고 유통가(家)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무역 협상의 결과에 따라 ‘제2의 사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오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재계와의 만남에 유통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해외 정상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재계와 간담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이 때 참석자들은 재계 순위 상위권 기업들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는 재계 순위 30위권 밖인 농심과 동원, SPC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무역 협상을 벌인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무역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어왔다.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25%로 올리고, 화웨이 제품에 대한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중국이 보복할 경우 나머지 3000억달러의 중국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에 반발해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고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도 난처한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 26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교착상태에 빠진 미·중 무역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중 무역 협상이 90%가 마무리됐다”고 언급,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세가 완화되고 다시 무역이 활기를 띠면 국내 기업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회복은 물론 중간에서 눈치를 보던 기업들의 부담도 한결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담판을 거치면서 오히려 협상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을 가졌을 때도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만약 미·중 무역 협상이 어그러지면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30일 재계 총수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이날 유통가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박준 농심 부회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들은 중국에서도 사업을 크게 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긴 힘든 상황이다. 기업인들의 머릿속에는 과거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가 중국 사업을 사실상 접어야 했던 기억이 아직 또렷하다. ‘제2의 사드사태’를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다시 끊길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면세점은 물론 호텔과 음식점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자기네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며 “사드 이후에 중국이 쉬운 시장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제 관행이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중국 투자나 수출은 결코 적지 않다. 한국은행의 ‘2018년중 지역별 국제수지’에 따르면 대 중국 경상수지는 491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관계 악화가 심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에 중국 사업 신경 안 쓰는 곳은 없다”며 “미중 무역 갈등에 고민이 깊다”고 설명했다. 또 “직간접적으로 중국 시장이 크다 보니 이미지가 악화하면 매출 감소가 치명적”이라며 “협상이 잘 이뤄져야 국내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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