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럽서 임상 진행… “글로벌 진출 원년 꿈꿔”

조선희 기자

입력 2019-06-27 03:00 수정 2019-06-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종근당
인지-운동능력 동시 개선하는 헌팅턴증후군 치료제도 개발 기대



종근당은 해외 시장을 공략할 혁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헌팅턴증후군 치료제가 유럽과 미국에서 성과를 나타내며 혁신 신약에 한 걸음 다가섰다. 종근당의 첫 번째 바이오의약품인 ‘네스벨’은 올해 일본 정부의 품목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3월 말 개최된 미국 암학회(AACR·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에서는 경구용 항암제 CKD-516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앞선 혁신 신약 후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8 미국 류머티스 학회(ACR·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에서 CKD-506의 전임상과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CKD-506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 주최 측의 요청으로 진행됐으며 학회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1만5000여 명의 의료진과 유관단체, 제약기업인 등이 참석했다. 종근당은 이날 CKD-506의 우수성과 혁신 신약으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참석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CKD-506은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을 조절하는 T 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다. 전임상과 임상 1상을 통해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현재는 유럽 5개국에서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은 CKD-506을 기존 관절염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신약으로 개발하고 향후 미충족 수요가 높은 여러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용범위를 넓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헌팅턴 질환 치료제 ‘CKD-504’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헌팅턴 질환은 인구 10만 명당 3∼10명에게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근육 간 조정능력을 상실하고 인지능력 저하 및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헌팅턴 질환 치료제가 없어 CKD-504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의 인지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하는 헌팅턴 질환 치료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임상을 진행해 미국 시장 진출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은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미국 암학회에서 차세대 항암제 CKD-516 경구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투여 시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CKD-516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세포의 괴사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의 물질이다.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기존의 항암제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으며 종양세포에 대한 약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 현재 표준요법과 병용임상 1/2a상도 진행하고 있으며 병용투여 시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항암 신약 후보물질인 ‘CKD-581’은 팬히스톤디아세틸라제(Pan-HDAC) 억제제로 항암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켜 종양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현재 다발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요법과 병용투여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 박차

종근당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호 바이오의약품인 네스벨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네스벨은 다베포에틴 알파를 주성분으로 하는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다.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 치료에 효과적이며 약물의 투여 빈도를 대폭 줄여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한 2세대 지속형 제품이다.

종근당은 네스벨의 주성분인 다베포에틴 알파의 신규 제조법을 개발해 2014년부터 국내를 비롯해 유럽, 일본, 미국 등 총 9개국에서 제법특허를 획득하며 2조8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네스프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2018년에는 미국 글로벌 제약회사의 일본법인과 네스벨의 완제품 수출을 포함한 사업제휴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네스벨은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올해 허가를 앞두고 있다. 국내와 일본 허가를 바탕으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네스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네스벨의 뒤를 이을 후속 바이오의약품으로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CKD-701’이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25개 기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임상을 완료해 연 200억 원 규모의 국내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과 4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바이오신약인 ‘CKD-702’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CKD-702는 고형암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두 개의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의 수를 감소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전의 바이오 신약이다. 현재 전임상 시험을 완료했으며 기존 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혁신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CKD-702는 다양한 암세포에도 항암효과를 보여 향후 폐암, 위암, 대장암, 간암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

혁신신약으로 성장엔진을 장착한 종근당은 인도네시아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에 항암제 공장을 준공하고 9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GMP 승인을 받았다. 현재 생산제품의 허가를 위해 시험생산을 진행 중이며, 품목 허가 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종근당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현지 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았기 때문. 인도네시아는 인구수가 약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제약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약 7조9000억 원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 개정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을 앞두고 있는 등 향후 의약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3%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항암제 시장이 연평균 38%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항암제 주사제 시설은 고난도 공정이라 현지 생산업체도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에 준공된 공장은 EU-GMP 수준을 갖춘 항암제 공장으로 종근당의 제품 생산기술과 운영시스템을 이전해 설립됐으며 벨록사주, 젬탄주, 베로탁셀주 등 주요 항암제를 생산해 현지에 공급하게 된다.

종근당 김영주 대표는 “올해는 종근당의 글로벌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은 종근당의 글로벌 진출을 향한 신호탄이자, 아세안을 비롯한 세계 시장을 향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종근당은 향후 5년 이내 인도네시아 항암제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고 인도네시아 공장을 생산 거점으로 삼아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유럽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