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스타들의 ‘온라인 스타’ 만들기… 미디어 경계 허문다

신규진 기자

입력 2019-06-26 03:00 수정 2019-06-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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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오디션 인기 폭발
‘수퍼비 랩 학원’ 6000명 몰려… ‘삐 처리’-‘악마의 편집’ 없고
방송시간 제약에서도 자유로워
‘고등학생 간지대회’-‘홍디션’서도 끼-재능 넘치는 일반인에 문 활짝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오디션 콘텐츠 상금은 TV 프로그램 못지않다. ‘고등학생 간지대회’(왼쪽 사진)에서 우승하면 고가의 외제차, 블랭크코퍼레이션과 1억 원의 연봉 계약을 통한 패션 브랜드 론칭 기회를 얻는다. ‘수퍼비의 랩 학원’(가운데 사진)과 ‘홍디션’은 정식 데뷔까지 우승자를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튜브 캡처
“제가 피처링으로 (랩) 한마디에 100만 원을 받아요. 그런데 앨범 제작까지 공짜로 해줄게요.”

래퍼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스왜그(Swag·자기애와 과시로 대표되는 힙합 문화)에 혹할 만하다. 최근 인기 래퍼 수퍼비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거나 어떻게 랩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자(?)로 받아 달라는 ‘꿈나무’ 래퍼들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는 “레슨비를 받는 한물간 래퍼들처럼 돈을 벌고 싶지 않다”는 ‘디스’도 내뱉는다.

플랫폼을 확보하니 포맷은 문제가 되지 않나 보다. 요새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오디션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규모나 화제성을 봐도 굳이 TV 방송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 1인 방송 포맷을 가져다 쓰는 최근 TV 트렌드 속에서 방송 포맷을 역차용하는 시도인 셈이다.

당초 800명이 지원할 줄 알았던 ‘수퍼비의 랩 학원’에 6000여 명이 몰렸다. 인도, 러시아, 덴마크 등 국적도 다양하다. 슬리피 등 인지도 있는 래퍼들까지 오디션 장을 찾았다. 수퍼비는 “Mnet ‘쇼미더머니’에 1만∼2만 명이 지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비슷한 수준의 화력이다. (지원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는) PD들의 고충도 느껴진다”고 했다.

방송 수위는 TV 그 이상이다. 욕설이 많은 랩도 ‘삐’ 처리 없이 그대로 내보낸다. 그는 소속사 영앤리치레코즈를 통해 “방송이 끝나더라도 우승자가 스타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래퍼 매드클라운도 ‘마미손’ 유튜브 채널에 Mnet ‘고등래퍼’를 패러디한 ‘중등래퍼’ 지원자들을 선발해 함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플랫폼 특성상 방송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수퍼비도 20시간에 걸친 1차 오디션을 날것 그대로 생중계했다. 그래서 일부 오디션 TV 예능이 겪는 ‘악마의 편집’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패션 ‘인싸’(인사이더) 발굴을 내건 유튜브 채널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구독자의 요청에 맞춰 수시로 참가자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공개한다. 정규 방송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일 편성이 이뤄지는 셈. 제작을 맡은 블랭크코퍼레이션은 “기존 미디어와 다른, 온라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간 끼와 재능을 펼치지 못했던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유튜브 오디션의 가치는 작지 않다. 구독자들은 ‘고등학생 간지대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고교생 13명의 화려한 패션에서 웹툰 ‘패션왕’(기안84)을 떠올린다. 심사위원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참가자들의 옷차림에 대해 독설을 날리다가도 여성복까지 소화하는 남성 고교생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수 홍진영이 SBS 모바일 콘텐츠 ‘모비딕’과 함께 제작 중인 ‘홍디션’에선 기성 가수 못지않게 트로트 공연을 펼치는 참가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 콘텐츠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면서 기본 방송 포맷은 더 이상 TV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향후 오디션뿐만 아니라 TV 포맷을 창조적으로 변형한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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