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자산관리 패러다임 확 바꿔 제2의 도약 준비

정상연 기자

입력 2019-06-26 03:00 수정 2019-06-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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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기업 특집

NH 투자증권의 지난 50년간의 역사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사의 뿌리는 1969년 12개 보험회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한보증권이다. 1억2000만 원의 자본금은 당시로서는 국내 증권회사 최대 규모였다. 이후 1975년 생보증권을 흡수 합병해 대보증권으로 거듭났고 1983년에는 다시 럭키증권에 흡수 합병되면서 럭키금성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1995년 그룹 브랜드 방침에 따라 LG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1999년 LG종합금융과 합병해 LG투자증권으로 거듭났다. ‘증권’이라는 이름에 ‘투자’라는 개념을 더해 기존 증권사 고유 업무를 뛰어넘는 종합투자증권사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2003년 카드 대란 사태를 맞아 LG투자증권은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되었고 2005년 4월 우리증권과의 합병으로 우리투자증권이 정식 출범했다. 종합자산관리 브랜드 ‘옥토’를 출시하고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PB서비스를 본격 실시했으며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베이징 등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 진출했다.

이후 우리금융 민영화 방침이 구체화되면서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돼 통합증권사 NH투자증권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합병 당시 자기자본금과 임직원 수 등을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증권사 탄생이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우리투자증권의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에 NH농협금융의 강점인 유통망이 합쳐져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금융기관으로 거듭났다. 2017년 11월에는 자기자본 4조 원의 요건을 갖춰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됐다.

정영채 사장
2018년 3월, NH투자증권을 IB 명가(名家)로 이끌던 정영채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같은 해 5월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고 7월에는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사로 선정돼 4년 동안 약 19조 원의 자금을 위탁 운용하게 됐다.

2018년 NH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및 금융상품 판매 증가로 WM부문에서 최근 10년래 최고실적을 거뒀고, 채권운용 부문과 국내 기관 브로커리지에서도 큰 성과를 이루었다. 또 전통적 강점인 IB사업부에서도 회사채 및 유상증자 부문에서 업계 최상위권을 차지했고 인수금융, 해외대체투자 부문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나인원한남, 여의도MBC, 서울스퀘어빌딩 등 부동산금융에서 주요 랜드마크 딜을 휩쓰는 등 전사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수익성을 강화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말 기준 5401억 원의 영업이익과 36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창사 50년 이래 역대 최대의 재무성과를 올렸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역사적인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나섰다. 특히 국내 대표 선도 증권사로서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혁신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기존에 재무성과 중심으로 영업직원들을 평가해 왔던 방식을 올해 상반기부터 중단하고 ‘과정가치’라는 새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과정가치란, 고객을 통해 회사의 수익을 키우는 것보다는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과정과 활동에 영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황분석이나 금융상품 학습활동, 고객분석은 물론이고 고객 접촉활동 및 수익률보고서, 세무정보와 같은 사후 관리활동 등 일련의 과정과 노력에 직원 평가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책의 변화를 통해 브로커리지 중심의 영업에서 탈피해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산관리 영업을 한층 강화할 수 있고,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정 사장이 취임 당시 경영전략 키워드로 내세웠던 ‘자본시장의 대표 플랫폼 플레이어(Platform Player)의 완성’, 즉 자산관리가 필요한 개인고객과 더 좋은 투자대상을 찾는 기관고객, 다양한 재무적 고민을 가진 기업고객 모두가 NH투자증권이라는 플랫폼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경영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한편 NH투자증권은 다양한 혁신 경영활동을 통해 금융회사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먼저 조직문화혁신 TF를 신설,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기존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방향에 맞도록 정책·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원부서의 비효율 업무 30% 절감,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대면보고 축소, 직원들에게 새로운 도전 기회 부여 및 전문인력 양성 체계 구축 등을 과감히 실행했다.

회사와 직원 간의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개설했고 특히 익명게시판을 운영해 직원들이 회사운영에 대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가감 없이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조기 시행해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근무 문화를 만들고, 복장 간소화를 연중 내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본적으론 노타이(no-tie) 정장이되 고객응대 등 상황에 맞게 대응토록 직원 각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기로 해 사내 분위기를 일신했다.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삼아 기업브랜드 아이덴티티 재정립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중장기 브랜드 및 광고전략 수립을 위한 외부 브랜드 파트너사를 선정하고 5월에는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선포하는 행사를 가졌다. 증권업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들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회사가 되기 위해 ‘투자, 문화가 되다’는 브랜드 슬로건을 채택하고, 새로운 브랜드 비전 ‘Investment Culture Creator’를 발표했다.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홍보하기 위해 NH투자증권은 상반기 TV광고 캠페인을 전개 중이며, 고객들과 함께 비전을 경험, 공유하기 위해 ‘제철식당’이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등 색다른 시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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