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확 떨어지고 사물 휘어 보인다면… ‘망막전막’ 의심해야

홍은심 기자

입력 2019-06-26 03:00 수정 2019-06-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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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알릴레오
망막전막


(A) 동그라미 부분이 망막전막. (B) 단층촬영으로 나타난 하얀 막이 망막전막(빨간 화살표 부분)이다.

망막전막은 눈의 망막 앞쪽에 얇은 막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 부위에 발병해 황반변성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황반변성과 달리 제때 진단받으면 치료 효과가 빠르다.

망막전막은 시력이 떨어지거나 물체가 크게 보이거나 구부러져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7∼12%에서 발견되지만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망막전막, 대부분 노화가 원인

망막전막은 망막 앞부분에 있던 세포와 세포외 기질이 신경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발병한다. 노화가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매우 높아지는데 70대 이상에서는 20% 이상이 망막전막을 앓고 있다.

망막전막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자생물학적으로 규명한 전소희 카이안과 망막센터장은 “나이에 따라 발생하는 특발성 망막전막이 가장 많지만 망막열공, 당뇨망막병증 혹은 포도막염 등 염증성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며 “각 질환에 따라 발생하는 망막전막은 원인과 형태, 병의 진행이 서로 다르므로 동반된 기저질환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수술 전, 레이저 치료와 약물치료 등 선행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망막전막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빛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막이 두꺼워지거나 황반부종, 또는 막에 의해 망막이 당겨지면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 이는 망막전막 아래에 있는 필름 역할을 하는 신경조직이 가운데로 이동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증상 보이면 망막전막 제거 수술해야

망막전막은 현재까지 약물적 치료가 없다. 증상이 생기면 수술을 해야 한다. 망막전막의 약물적 치료가 없는 이유는 망막전막 발생에 대한 정확한 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

현저하게 시력이 떨어졌거나 변형시가 있는 경우, 유리체절제술과 망막전막제거술을 한다. 망막전막과 백내장이 동반됐다면 백내장수술과 망막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망막전막 수술은 눈에 구멍을 만들어 수술하는 방식으로 구멍이 클수록 합병증이 심해질 수 있다. 최근에는 0.5mm 크기의 기구를 이용한 최소침습미세수술을 시행해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망막전막 수술 후에는 서서히 시력이 호전돼 수술 후 24개월까지도 지속적으로 시력이 좋아진다. 전 원장은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수술로도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조기치료가 중요한 만큼 시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지체 말고 안과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령인 환자가 많은 망막전막은 마취 방법도 신중해야 한다. 망막수술의 일반적 마취법은 안구뒤쪽 공간에 마취액을 주사하는 ‘구후마취’다.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수술 시 환자가 눈을 움직이지 않게 한다. 실제 보지 않고 예상되는 해부학적 위치에 주사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의 손 기술이 특히 중요하다. 간혹 발생할 수 있는 망막이나 혈관 손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결막을 열어 현미경으로 확인한 후 주변 조직 손상 없이 근육이 있는 위치에 정확하게 마취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 “흔한 질환이지만 원인 몰라 약물치료 어려워”

전소희 안과 의사에게 듣는 ‘망막전막’

《 전소희 원장은 망막전막 환자가 변시증(물체가 비뚤어지거나 변형돼서 보이는 현상)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연구했다. 안구광학단층촬영 영상을 분석해 그 원인을 세계최초로 규명, 안과 주요 저널에 발표했다. 》

“망막전막증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종종 약물 치료에 대해 궁금해 했다. 망막전막은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지 개발된 약물이 없다. 망막전막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다. 망막전막은 검체의 양이 마이크로 단위여서 연구가 어렵다. 실제로 현미경으로 수술을 끝내고 검체를 맨눈으로 보면 너무 얇아서 안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원장은 망막전막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2017년 안과의 대표적인 연구저널인 IOVS에 게재했다.

수술 후 제거한 망막전막을 면역 형광 화학물질로 염색해 망막전막의 발생에 관여하는 단백질 인자를 규명했다. 그 결과 ‘Gli1’이라는 단백질이 망막전막에 많이 발현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Gli1은 망막전막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 다른 정도로 발현하는데 당뇨병이 심한 환자일수록 Gli1의 발현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임상적인 양상과도 매우 깊은 연관성을 보이는데 당뇨가 심한 환지일수록 망막전막이 많이 발생하고 수술로 제거할 때도 유착이 심해 제거가 어렵다. 반면에 고령으로 자연 발생한 망막전막에서는 Gli1이라는 단백질이 많이 발현되지 않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Gli1의 발현을 조절하는 ‘shh’을 투여해 세포의 증식과 형질변화에 관여하는 ‘SNAI’이라는 단백질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shh를 억제하는 ‘cyclopamine’이나 Gli1을 억제하는 ‘GANT61’이라는 단백질을 배양한 세포에 투여했을 때 동일하게 이러한 반응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망막전막 약물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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