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도 웃게 할 유쾌한 오마주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6-25 03:00 수정 2019-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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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썸씽 로튼’

“대사를 하다 말고 뜬금없이 노래하는 공연을 누가 보겠어?”

연극만이 존재하던 르네상스 시대. 주인공의 이 질문에 뮤지컬 ‘썸씽 로튼’은 뮤지컬이 왜 오래도록 인류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 답을 내린다. “노래하면 재밌거든!”

작품은 영국 코미디 작가인 커크패트릭 형제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극 중 무명 극작가인 바텀 형제가 셰익스피어 희곡에 대항해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2015년 미국 초연 당시 ‘렌트’ ‘북 오브 모르몬’ ‘알라딘’ 등을 연출한 제작진이 합세하며 브로드웨이를 뒤흔들었다. 서울 공연은 미국 투어 후 첫 해외 무대다.

아는 만큼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장면마다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 ‘위키드’ 등 뮤지컬 10여 편을 패러디해 재치 있게 구성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하며 대사마다 곱씹는 맛을 남긴다. 뮤지컬 제목을 ‘햄릿’ 대신 ‘오믈릿’으로 바꾸고, 등장 배우 ‘샤일록’은 희곡 베니스의 상인 속 ‘그 상인’을 떠올리게 하는 식으로 웃음을 뽑아낸다.

그저 패러디만 가득했다면 작품이 성공적이지 못했을 터. ‘어 뮤지컬’ ‘웰컴 투 더 르네상스’ 등 넘버는 귀에 친숙하게 맴돌며 극의 얼개와 무대 장치가 뛰어나다. 배우들의 현란한 탭댄스까지 더해져 뮤지컬의 판타지적 요소도 두루 갖췄다.

다만 영미 문화와 역사를 토대로 한 패러디가 ‘한국 감성 코드’와 맞지 않아 극의 호흡을 따라가기에 다소 벅차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다행히 작품은 번역가 ‘황석희 표’ 대사를 곳곳에 녹여 넣으며 이질감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뮤지컬 역사에 바치는 한 편의 유쾌한 오마주는 막이 내린 뒤에도 깊은 흥을 남긴다. 3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6만 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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