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치킨만? 어묵에 피자까지 사이드 메뉴의 반란”

뉴스1

입력 2019-06-24 15:13 수정 2019-06-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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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굽네피자(자료제공=굽체치킨)© 뉴스1

BBQ, 고래사어묵과 협업해 신제품 출시…bhc, 소떡·치즈볼 인기
치킨업계, 다양한 사이드 메뉴 개발 세트로 가맹점 매출 증대


#1. “아빠 나는 치킨시켜줘, 나는 피자 먹고 싶은데…”
40대 가장 A씨는 주말 저녁이면 피곤하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의 입맛이 너무 달라 배달 메뉴를 정할 때면 전쟁이 따로 없다. 그렇다고 치킨과 피자를 각각 시키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2. “치킨 한 마리로는 좀 부족한데 그렇다고 두 마리를 시키기도…”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을 둔 주부 B씨는 치킨을 시킬 때마다 고민이다. 한 마리로는 양이 부족한데 두 마리를 시키면 항상 조금 남는다. 두 마리를 주문할 때는 가격이 저렴한 ‘동네 치킨’에 전화를 걸지만 두 아들은 bhc나 BBQ 같은 프랜차이즈 치킨을 더 선호한다.

평범한 대한민국 가정의 흔한 풍경이다. 최근 치킨업계는 이런 소비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사이드 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굽네치킨에서는 ‘피자’를 사이드 메뉴로 내놨다. bhc와 BBQ 등은 한 마리로는 부족하고 두 마리는 부담스러운 가정을 위해 치즈볼과 어묵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런 사이드 메뉴가 ‘맛’까지 뛰어나 사이드 메뉴만 주문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도 적지 않다. 가맹점들 역시 주연(치킨)을 뛰어넘은 ‘조연’의 인기에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 저렴한 결들임 치즈볼·어묵에서 피자까지 등장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BBQ는 베이커리 어묵시장 대표 주자로 꼽히는 고래사어묵과 손을 잡고 ‘황금올리브어묵’을 출시했다.

고래사어묵은 본고장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대표 상품이다. BBQ는 기존 상품 조합뿐 아니라 올리브 치킨 카페에서 찾는 손님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로 신제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사이드 메뉴 선두주자는 단연 bhc다. 지난해 치즈볼과 콜팝이 인기를 끌자 올해는 소떡소떡에 별도 소스를 바른 빨간 소떡과 뿌링 소떡을 내놓았다. SNS에선 bhc치킨의 사이드 메뉴만 배달 가능 여부를 묻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교촌치킨이 내놓은 웨지 감자는 스테디셀러에 등극했다.

업체 관계자는 “치킨 한 마리는 부족하고 두 마리는 부담스러운 3∼4인 가족이 주요 수요층”이라며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사내 연구팀도 사이드 신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BBQ와 굽네치킨은 피자를 추가했다. 단순한 곁들임 음식에서 사이드 메뉴가 진화하는 분위기다. 굽네치킨은 제주도에서 피자를 시범 판매한 후 지난달부터 전국 가맹점으로 확대했다. 굽네치킨 특성상 점주는 오븐을 보유하고 있어 피자 조리에 필요한 추가 시설비 부담이 없다. 이 때문에 점주 참여도도 높다는 게 굽네치킨 설명이다. 굽네 피자 누적 판매량은 20만판(6월 20일 기준)을 돌파했다. 5월 1일 출시 후 51일 만에 거둔 성과다.

사이드메뉴를 더한 세트 상품으로 소비자 부담도 낮췄다. BBQ의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과 황금올리브어묵을 묶은 세트는 단연 인기다. 굽네치킨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치킨과 피자를 묶은 ‘굽네 콤보’ 메뉴를 판매 중이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굽네피자는 인기 메뉴 소스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친숙하다”며 “특색 있는 흑미도우와 신선한 토핑으로 주문량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성장 한계 해결책…“그래도 주력은 치킨”

치킨업계가 사이드 메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 성격도 강하다. 과거엔 배달음식은 중화요리와 치킨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 배달앱이 보편화되면서 집에서 주문할 수 없는 메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HMR(가정간편식) 시장까지 커지고 있어 다양한 메뉴를 보유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치킨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BBQ와 bhc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168억원과 606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감소했다.

더 이상 가맹점을 늘리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추가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매출 역시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B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치킨집 창업은 2014년 9700개에서 지난해 6200개로 줄었다. 하지만 폐업은 2015년 이후 매년 8000개 이상 지속하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경우 폐업보단 신규 창업자가 많아 절대적인 가맹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정체기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1인당 닭 소비량이 상위권 국가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라며 “치킨 수요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자영업 경기침체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점은 숙제”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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