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안전대책 5G로 가속… K-City에 세계가 “원더풀”

라이프치히=김은지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19-06-24 03:00 수정 2019-06-24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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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9>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교통대책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 행사장에 마련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 축소 모형. 라이프치히=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5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교통의 불모지였다. 일본이 시속 210km의 세계 첫 고속철도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을 개통시키며 세계 교통을 선도하기 시작하던 1964년, 한국에는 고속도로도 없었다. 당시 서울에는 자동차가 한강을 건널 수 있는 교량도 한강대교와 광진교, 양화대교 3개뿐이었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19년 한국은 교통뿐 아니라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세계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부터 3일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에서 세계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 안전까지 준비하는 모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교통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행사장인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 1층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전시관을 마련했다. 행사장 한쪽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18개 전시관에서는 독일철도(DB), 터키항공 등 세계적인 교통기관과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사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부스마다 참가자들이 북적였다.

특히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가 큰 관심을 모았다. 18개 전시관 중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은 교통안전공단 전시관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경기 화성시에 개장한 32만 m² 넓이의 K-City를 1200분의 1 크기로 재현한 모형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주행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할 수 있는 K-City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70분의 1 크기로 축소해 정교하게 재현한 K-City의 도심부(상업시설 밀집 지역)와 커뮤니티부(주택가 밀집 지역)에서는 차량의 움직임까지 재현해 K-City는 물론 한국의 자율주행차 연구 기반의 우수성을 알렸다.

K-City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한 자율주행차 실험시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교통장관회의의 주제인 ‘연결성’을 상징했다. 차량이 다른 차량, 교통시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대용량, 초고속 무선통신이 필수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자율주행차 실험시설 구축에 그치는 동안 교통안전공단이 삼성전자와 K-City에 5G 통신망을 구축한 이유다.


자율주행차 운행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5G 기반에서의 충분한 실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보행자를 미리 감지해 멈추거나 졸음, 건강 이상 등의 이유로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고한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과장은 “K-City는 도로뿐 아니라 각종 교통시설, 통신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차 성능을 실제 주행 상황과 똑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그레스센터 1층 전시관에서 K-City 모형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루마니아 교통부 공무원 에두아르드 운구레아누 씨는 “한국이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교통수단을 잘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뿐 아니라 국내 여러 교통 관련 기관들이 한국 교통의 분야별 우수성을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을 소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국제 여객수송 세계 5위, 화물수송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제2여객터미널을 개항한 성과와 함께 2023년까지 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 공사를 벌이는 ‘4단계 사업’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객과 물류 수송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ViewT)’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철도망이 대륙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대비해 개발된 기술도 외국인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쓰는 철도 궤도는 궤간이 1435mm인 ‘표준궤’다. 반면 유럽과 연결되는 러시아 철도는 1520mm ‘광궤’를 써 한국의 열차는 러시아 철로 위를 달릴 수 없다. 이 때문에 국경에서 열차 바퀴를 각 궤간에 맞춰 바꿔 끼우거나 두 궤간 선로를 모두 놓아야 한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개발했다. 열차가 자동으로 객차 밑 바퀴의 궤간을 바꿔 운행하는 것이다. 백승현 철도기술연구원 연구기획본부 홍보협력팀장은 “궤간가변대차는 대륙철도 연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며 “혁신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제철도연맹(UIC) 전체 총회에서 최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시관들을 둘러본 리옌훙 중국교통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의장국인 한국의 교통기관들이 이번 회의에 전시한 것들이 흥미로웠다. 한국이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통신장애 등 돌발상황 실험수준 더 높일것” ▼

한국교통안전공단 권병윤 이사장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58·사진)은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 참석이 올해로 두 번째이다. 2017년 12월 취임한 권 이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교통장관회의에 참석했다. 권 이사장은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올해 회의에서는 특히 한국의 교통 정책과 교통안전 분야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22일(현지 시간) 국제교통포럼 행사장인 독일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에서 만난 권 이사장은 각국의 교통안전 기관장과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교통안전 분야 성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권 이사장은 “60개 국가의 교통장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 연결성과 관련한 한국의 노력과 성과를 소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은 그동안 자가용 차량의 이용에 제약이 많았던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의 주제 ‘연결성’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생각이다.

권 이사장은 특히 K-City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행사장에 마련한 K-City 축소모형을 통해 K-City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교통안전공단과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협력을 희망하는 국내외 기관들의 의사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이사장은 “올해 K-City 실험 수준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여러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상환경과 통신 두절을 재현하는 시설을 마련하고, 보행자 감지나 끼어들기 등 혼잡 환경을 실험하기 위한 로봇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통 서비스를 갖춘 교통 분야 선두주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권 이사장은 “최근 교통은 기존의 보행, 자전거, 자가용, 대중교통뿐 아니라 승차 공유 같은 새 모델로도 거듭나고 있다. 교통 수요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끼리의 정보 공유 분야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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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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