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상임금 세미나’에 재계 우려 시선

배석준 기자 , 허동준 기자

입력 2019-06-19 03:00 수정 2019-06-19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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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노동법실무연구회가 개최… 김선수 대법관, 2013년 판결 비판
상여금 포함관련 친노동계 발언… 재계 “향후 판결 달라지나” 촉각


“고정상여금은 당연히 임금이고, 임금에 지급제한 조건을 붙이는 건 무효다.”

최근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이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립된 통상임금 판결의 기준이 되는 ‘고정성 요건’이 틀렸다는 취지였다. 이 자리에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작년에 대법관이 된 김선수 대법관도 참여했다. 재계는 앞으로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계가 주장하는 쪽으로 기준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8일 재계와 대법원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서초구 대법원 16층 회의실에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의 ‘통상임금에서의 고정성 요건―재직 요건의 효력 및 소급인상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약 40명의 판사, 변호사, 교수 등이 참석했다.

노동법실무연구회 회장인 김 대법관은 이 자리에서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판했다. 2013년 당시 전원합의체는 정기적으로(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미리 확정된 임금을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상여금 지급 이전에 퇴직했거나 휴직했으면 받을 수 없는 정기상여금(재직 요건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법관은 “변호사 재직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읽으면서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에 관하여 대법관 중 어느 누구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을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노동사건을 담당하는 대법원 근로조 소속 재판연구관, 일선 법원의 근로사건 전담 재판부 판사 등도 참여했다. 한 재판연구관은 “사용자가 특정 금품에 재직자 요건을 붙여서 임금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2006년 창립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는 판사, 변호사 등 약 100명이 소속된 대법원 산하 연구모임으로 각종 노동 이슈에 대해 법조계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한 차례 대법원 선고가 연기된 IBK기업은행 통상임금 판결 등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노동 이슈에 있어 전원합의체를 통해 확정된 판결을 뒤집은 사례가 이미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대법원 측은 “김 대법관이 노동법연구회 회장으로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통상적이고, 학술행사 주제도 작년 말에 정해졌다”고 해명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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