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상륙한 ‘롯데 센터’ 세계 10대 도시 전망대로 선정

하노이=강승현기자

입력 2019-06-18 18:12 수정 2019-06-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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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65층 전망대에 공영방송 VTV, 하노이TV 등 베트남 현지 취재진이 지난달 31일 한꺼번에 몰렸다. 한 젊은 부부가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자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셔터를 눌렀다. 놀란 부부에게 직원들이 달려와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롯데센터 하노이 전망대를 방문한 100만 번째 고객이었다.

롯데센터 하노이 전망대는 ‘호치민 랜드마크81’에 이어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전망대(272m)로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선 전망대는 롯데센터 하노이가 유일하다. 영국 유명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이곳을 ‘꼭 방문해야 할 세계 10대 도시 전망대’로 선정했다. 100만 번째 고객이 된 레티니아(33) 씨는 “하노이 시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아이와 종종 찾고 있다”면서 “롯데센터는 하노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듯 하다”고 말했다.

● 롯데센터가 쇼핑, 여가문화도 바꿔

이날 저녁 롯데센터 하노이의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롯데호텔 루프탑바 ‘톱오브하노이(Top of Hanoi)’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오르내릴 때마다 만석이었다. 날씨가 흐린데다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하노이의 야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대부분 20, 30대 젊은층으로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씩 섞여있었다. 센터 조성 당시 빈 옥상이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루프톱바’가 됐다.

롯데센터가 생기면서 베트남에는 새 놀이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임성복 하노이 롯데호텔 총지배인은 “롯데센터 개장 이후 베트남 곳곳에 전망대와 루프톱이 들어서며 새로운 여가 문화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롯데센터가 하노이의 관광명소가 됐다”고 소개했다.

‘쇼핑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베트남에선 흔치 않은 편집숍들과 유럽 거리를 콘셉트로 한 푸드코트 등은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롯데센터 하노이 1~6층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이 많다. 지하에 위치한 롯데마트도 자체브랜드(PB)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2014년 1590억 원에서 지난해 2830억 원으로 늘었다.

롯데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리아는 현재 업계 점유율 선두를 달리며 베트남 ‘식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원택 롯데지알에스 마케팅부문장은 “진출 초기 글로벌 브랜드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패스트푸드 문화가 없었던 베트남에 현재 250여 개의 롯데리아 매장이 생겼다”면서 “이후 맥도날드, 버거킹 등 미국 패스트푸드업체들이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 젊은 시장 동남아 집중 공략

베트남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롯데는 이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내 다른 국가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등 쓴맛을 본 롯데는 젊고 소비여력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 회장은 동남아 출장을 다니며 직접 사업을 챙기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동남아 4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58.4%로 전체 해외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롯데그룹은 동남아 시장에서 인수합병(M&A)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올해 1월 미얀마 1위 제과업체 메이슨을 인수했다. 이미 시장에 뛰어든 롯데GRS,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미얀마 식품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를 잇는 동남아시아의 요충지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다.

2008년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뛰어든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지알에스, 롯데컬처웍스 등 10여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2014년에는 슈퍼마켓 사업에 이어 2017년 온라인 쇼핑몰 ‘아이롯데’를 열어 온라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롯데자산개발을 주축으로 부동산 개발과 사회기반시설 확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롯데센터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노이몰’을 조성하고 호치민에서는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센터 하노이에서 5㎞ 쯤 떨어진 7만3000㎡ 부지에 들어설 하노이몰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 호텔, 영화관 등 대규모 쇼핑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노이에서 잘 알려진 호수 서호 인근으로 주변부지 개발이 마무리되면 유명 관광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심영우 롯데자산개발 법인장은 “석촌호수 인근으로 주변 개발이 이뤄지면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롯데월드타워처럼 하노이몰도 완공되면 주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치민시에는 베트남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2024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5만여㎡의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이병희 롯데지주 상무는 “동남아 시장은 젊고 향후 소비 전망이 높은 국가”라면서 “유통·서비스 부문 노하우를 토대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나 화학 부문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3조6000억 원을 투자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틸렌 생산 공장이 최근 완공된 가운데 롯데의 또 다른 화학기지인 동남아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는 화학 수요가 많은 신흥 개발도상국이 모인 동남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기공식 현장에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투자액만 4조 원가량이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위치한 국영 철강회사 용지를 매입한 후 지난해 12월 기공식을 열고 유화단지 조성을 시작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기초 재료로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두루 쓰여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린다. 롯데는 최근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동남아 지역의 플라스틱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우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는 “2023년 인도네시아 반텐주 롯데케미칼 타이탄 공장 용지에 유화단지가 조성되면 연간 10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면서 “향후 동남아 지역 1등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0년에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사인 타이탄 케미칼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롯데케미칼 타이탄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말레이시아는 2017년과 지난해 롯데 해외 매출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16년까지는 중국이 전체 해외 매출의 25% 정도를 차지하며 선두였지만 중국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남아 시장이 롯데그룹의 주요 해외 사업 국가로 떠올랐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동남아 지역 에틸렌 생산능력은 81만t이다. 반텐주 화학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181만t으로 늘어난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 라인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기존 제품군을 보완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현재 동남아는 에틸렌 생산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미래시장성이 높은 만큼 고부가제품 등 사업다변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하노이=강승현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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