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납품업체에 ‘갑질’ 의혹…LG생건 “불공정 거래 혐의” 공정위 신고

신희철 기자

입력 2019-06-18 03:00 수정 2019-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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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경쟁사 공정위 신고 잇따라
LG생활건강 “납품가 턱없이 낮추고 특정제품 쿠팡에만 제공 요구도”
“음식점엔 타업체 계약해지 협박” 배달의 민족 등 경쟁업체들도 신고
쿠팡측 “정상적인 가격협상 과정”… 업계 “최저가 생존경쟁 치열한 탓”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는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이 납품업체들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쟁사인 위메프와 우아한형제는 물론 제조사인 LG생활건강까지 최근 공정위에 쿠팡의 위반행위를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쿠팡 관련 추가 신고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쿠팡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으면서 LG생건과의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LG생건 측에 따르면 쿠팡은 LG생건의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음료 제품을 주문해놓고 반품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수차례 주문을 취소했다. 부당한 수준으로 납품가격을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특정 제품을 쿠팡에만 제공해 달라고 하거나 다른 유통업체와의 거래 가격을 알려 달라고 했다는 게 LG생건의 주장이다.

LG생건 관계자는 “5월 초부터 쿠팡과의 거래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다”면서 “쿠팡 측의 요청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쿠팡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했다. 이것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건의 주장에 쿠팡 측은 법에 어긋나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객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하기 위해 LG생건을 비롯한 다양한 업체들과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게 쿠팡 측의 반응이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정상적인 가격 협상 과정일 뿐이라는 게 쿠팡의 공식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객이 가장 만족할 만한 가격에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위메프도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이 위메프의 가격 인하 정책을 방해하고 납품업체에 상품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도 쿠팡이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시작하기 전 음식점들에 쿠팡과 계약하고, 배달의 민족과는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쿠팡을 신고했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최저가 경쟁’이 이 같은 논란을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커머스업체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면서 납품업체에 ‘더 낮은 가격’을 앞다퉈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 싼 가격에 공급해 달라는 것은 모든 이커머스업체들의 요청일 것”이라면서도 “쿠팡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이를 우월적 지위에 따른 갑질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조사인 LG생건까지 나선 것이 잇따른 제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면서 “공정위의 판단 결과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소비자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겪는 진통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정 가격이란 존재할 수 없고 이를 두고 가격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결국에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선택되는, 시장 결정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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