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日 기업 “고령화 조직 쇄신위해 패기 넘치는 한국 젊은이 원해”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19-06-17 03:00 수정 2019-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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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한국인재 채용 상담회



한국의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근무하던 김남운 씨(31·여)는 지난해 말 일본 취업을 위해 약 4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일본에서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겠다는 그에게 친구들은 응원과 동시에 우려를 보냈다. “전공(영어)과 다른 길로 가는 것 아니냐” “국내에서 이직을 하지 그러냐”는 걱정이었다. 그래도 해외 취업에 대한 김 씨의 호기심은 날로 커졌다.

그는 “완성형 인재가 아니더라도 실무에 투입되기 전 충분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일본의 기업 문화가 끌렸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일본에서 ‘무기’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뜻이 있으니 길도 열렸다. 우연히 한 기업에서 주최하는 일본어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했다. 1월부터 일본어도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 7∼8시간씩 강행군이 쉽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 “세계 고객 만나고 싶어”…31세의 도전


일본어를 배운 지 6개월째, 그는 1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열린 ‘2019 K-무브 잡 페어 인 저팬’에서 이력서를 들고 면접관 앞에 섰다. 그에게 두렵지 않냐고 묻자 “나보다 나이 어린 열정 넘치는 인재들이 많아 덩달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영어 일본어 등 다국어가 가능한 개발자가 돼 세계의 고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KOTRA 등이 주최하고 동아일보·채널A 청년드림센터, 주일본 한국대사관이 후원하는 ‘2019 K-무브 잡 페어 인 저팬’은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인 구직자와 한국인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일본 기업 간 만남의 장이다. 이날 행사에는 구직자 320여 명(사전 신청 250명, 현장 신청 70명 등), 일본 기업 47곳이 참여하는 등 KOTRA 일본 현지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김 씨의 옆에는 IT 인프라 엔지니어 직군에 도전장을 낸 또 다른 취업 준비생 김규동 씨(27)가 긴장한 듯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한국에서 취업이 될지 불안감을 느껴 일본 시장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지원자들 중 상당수는 2, 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음을 어필했다. 호텔 등 유통업체에 지원서를 낸 김휘원 씨(25)는 독학으로 2개월 만에 일본어능력시험(JLPT) N2(2급) 자격증을 취득한 것과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을 면접관에게 어필했다.


○ 日 기업이 호감 갖는 한국의 도전 정신

저출산 고령화로 일손 부족 문제를 겪는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 수는 6만2500명(지난해 말 기준)으로 5년 전(3만4100명)보다 약 2배로 늘었다. 2013년 처음 일본에서 한국 인재 채용 행사를 연 KOTRA은 첫해 31명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 지난해에는 8배로 늘어난 247명이 일본 기업에 입사했다. 조은호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이들은 단순한 취업 준비생이 아니라 미래 한일 경제계의 가교”라고 말했다.

어려운 한일 관계 속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한국 인재 채용에 적극적이다. 고령화된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패기 넘치는 한국 직원을 뽑으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 마사오카 세이이치(正岡聖一)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인사본부장은 “2년 전부터 채용된 한국 직원(12명)들의 도전 정신, 경쟁심이 상당해 이들 덕분에 회사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민간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년 전 일본에 건너와 반도체 관련 업체 ‘인테그리스’ 일본 지사에 근무하는 하혜진 매니저는 “업무를 포함해 사내외적으로 한일 교류 기회가 많다. 스스로 한국 대표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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