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술 길터준 日, 원격진료도 막힌 韓
박성민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9-06-14 03:00 수정 2019-06-14 09:05
일본, 로봇 활용한 원격수술 허용… 대면 규제 없애 원거리 시술 가능
한국, 수술은커녕 진료조차 불법… 20년째 규제 막혀 논의 지지부진
“도쿄(東京)의 외과 전문의가 홋카이도(北海道)의 병원에 있는 로봇으로 수술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원격 진료’ 규제의 문턱을 또 낮췄다. 2015년 일본 전국으로 원격 진료를 확대한 데 이어 로봇을 활용한 원격 수술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전국 어디서든 환자들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취지다.
반면 규제개혁이 더딘 한국에서는 원격 수술은커녕 환자 원격 진료도 불법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20년 가까이 원격 진료를 논의해 왔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최근 방침을 확정해 다음 달 ‘온라인 진료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의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활용해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할 수 있었지만 수술은 할 수 없었다. 온라인 진료를 하려면 최소 한 번은 환자를 대면 진찰해야 했다. 후생노동성은 원격 수술을 허용하고, 대면 진찰 없이도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 수술은 내시경 수술 지원 로봇 ‘다빈치’를 활용한다. 다빈치는 의사가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을 하는데 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거리에서 작동시키는 것이다. 주로 갑상샘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등 주요 암 수술에 쓰인다. 위급 상황에 대비해 수술실에는 의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통신이 도중에 끊기면 현장에 있는 의사가 다빈치 수술을 이어간다.
일본의 원격 진료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1997년부터 섬 지역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2015년 전국으로 확대했다. 당시 “대형 병원이나 유명 의사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이 일부 진료만 원격으로 대체하면서 병원 쏠림 현상이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원격 진료 도입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추세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원격 진료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3월 중국에선 5세대(5G)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하이난성의 의사가 3000km 떨어진 베이징의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했다. 세계 원격 진료 시장 규모가 2021년 412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의료 서비스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부터 원격 진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료 사고 책임 문제와 중소 병의원 고사를 우려한 의료계 반대에 부닥쳐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환자 상태를 실시간 관찰해 의료진이 개입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을 추진한다는 정도에 그친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한국, 수술은커녕 진료조차 불법… 20년째 규제 막혀 논의 지지부진
“도쿄(東京)의 외과 전문의가 홋카이도(北海道)의 병원에 있는 로봇으로 수술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원격 진료’ 규제의 문턱을 또 낮췄다. 2015년 일본 전국으로 원격 진료를 확대한 데 이어 로봇을 활용한 원격 수술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전국 어디서든 환자들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취지다.
반면 규제개혁이 더딘 한국에서는 원격 수술은커녕 환자 원격 진료도 불법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20년 가까이 원격 진료를 논의해 왔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최근 방침을 확정해 다음 달 ‘온라인 진료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의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활용해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할 수 있었지만 수술은 할 수 없었다. 온라인 진료를 하려면 최소 한 번은 환자를 대면 진찰해야 했다. 후생노동성은 원격 수술을 허용하고, 대면 진찰 없이도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 수술은 내시경 수술 지원 로봇 ‘다빈치’를 활용한다. 다빈치는 의사가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을 하는데 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거리에서 작동시키는 것이다. 주로 갑상샘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등 주요 암 수술에 쓰인다. 위급 상황에 대비해 수술실에는 의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통신이 도중에 끊기면 현장에 있는 의사가 다빈치 수술을 이어간다.
일본의 원격 진료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1997년부터 섬 지역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2015년 전국으로 확대했다. 당시 “대형 병원이나 유명 의사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이 일부 진료만 원격으로 대체하면서 병원 쏠림 현상이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원격 진료 도입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추세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원격 진료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3월 중국에선 5세대(5G)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하이난성의 의사가 3000km 떨어진 베이징의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했다. 세계 원격 진료 시장 규모가 2021년 412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의료 서비스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부터 원격 진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료 사고 책임 문제와 중소 병의원 고사를 우려한 의료계 반대에 부닥쳐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환자 상태를 실시간 관찰해 의료진이 개입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을 추진한다는 정도에 그친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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