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청담동 주식부자’ 피해 막는다…불법 ‘부티크’에 칼 빼든 금융당국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6-13 17:07 수정 2019-06-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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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1. “회원들에게만 ‘우선 매수기회’를 드릴게요.” 유사투자자문업자 A업체는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매입한 뒤 “이 주식이 주당 50만~60만 원까지 상승할 전망인데 회원들에게만 특별히 해당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주겠다”고 꼬드겼다. 이렇게 A업체는 주당 12만 원에 산 주식을 25만 원에 회원들에게 팔아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정작 해당 주식의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을 했다.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 것이다.

#2. B사는 “대표가 직접 계좌를 운용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자금을 모집했다. 고수익의 미끼에 혹한 개인투자자들이 본인의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 등을 업체에 제공하고 운용을 맡겼지만 돌아온 것은 90%에 가까운 투자 손실이었다.

#3. 유사투자자문업체 C사는 인터넷 증권방송을 통해 특정 비상장 주식의 매수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자금이 부족하면 자회사인 대부업체를 통해 특별 저리(低利) 대출을 해주겠다”며 주식담보대출까지 주선했다.

투자자들을 울려 온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을 향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유사투자자문업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부적격자를 신속히 퇴출하는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SNS, 인터넷 방송,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자자문을 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업종이다. 정식으로 일대일 투자자문을 해주는 제도권 자문사들과 달리 불특정 다수에 투자정보를 제공해 일명 ‘부티크’라고도 불린다.

특별한 자격 요건 없이 금감원에 간단히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보니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수는 최근 들어 빠르게 늘었다. 2015년 말 959개였던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지난해 말 2032개까지 불었고 올 들어서도 약 300개가 더 늘었다. 3년 반 만에 등록업자 수가 2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하지만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주식 전문가’를 표방하며 대거 유사투자자문업에 뛰어들면서 불법 영업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 드러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 사례다. 이 씨는 케이블 증권방송과 SNS 등으로 유명세를 쌓은 뒤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차려놓고 240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가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로 구속됐다. 그를 믿고 투자금을 맡겼던 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사고가 끊이질 않자 금융당국도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단 부적격자의 시장 진입부터 막기로 했다. 과거에는 상호, 소재지, 대표자명, 자본금 등을 서식에 맞춰 신고하면 영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자격요건을 꼼꼼히 따진다. 최근 5년간 금융 관련법을 위반했거나 자진폐업을 한지 1년, 신고 말소가 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아예 영업을 할 수 없다.

신속한 퇴출절차도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국세청에 폐업 신고를 하고도 계속 영업을 이어가는 ‘유령업체’가 적지 않았다. 이제 폐업신고를 한 뒤에도 영업을 지속하는 사업자는 직권으로 신고를 말소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유사투자자문업자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금감원 홈페이지도 개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의 편법 영업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곧 일제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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