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로 ‘소리’ 선물… 저소득층 난청환자에 ‘복음’

홍은심 기자

입력 2019-06-12 03:00 수정 2019-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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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소식
구세군자선냄비본부, 6년째 캠페인… 대상자 선발해 수술비 100% 지원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오른쪽)와 인공와우 수술로 청력을 되찾은 이송민 씨. 이씨는 저소득층 청각장애인들에게 인공와우 수술비를 지원하는 구세군자선냄비본부의 ‘와우(WOW) 소리선물캠페인’을 통해 수술비 지원을 받았다.

이송민 씨(59)는 어릴 적부터 왼쪽 귀로만 들을 수 있었다. 8년 전 돌발성 난청으로 남은 한쪽의 청력마저 상실할 위기에 빠지자 그녀는 전국의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청력은 보청기로 겨우 소리를 인지할 정도였다. 난청으로 점점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워지자 대인관계가 단절되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어야 했다.

이 씨는 “여러 병원을 다니고 청력에 관한 책들도 수없이 읽었지만 치료가 되지 않았다”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담당의를 통해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담당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씨에게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 지원해 보라고 권했다. 이 씨는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작년 7월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았다.

2018년 기준 국내 청각장애인은 약 35만 명 정도다. 지체장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으로 장애인 등록자 수의 13%를 차지한다. 게다가 신생아 1000명 중 1∼3명은 선천성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도 증가하고 있다.

보청기로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 환자들에게 인공와우를 달팽이관에 이식하는 수술은 소리를 듣게 되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인공와우 기기 비용을 포함한 수술비가 2500여만 원 수준이라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대개 성인은 본인부담률이 20%다. 600여만 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저소득층 청각장애인들에게 인공와우 수술비를 지원하는 ‘와우(WOW) 소리선물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필요한 서류들을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 보내면 환자의 경제적 상황들을 고려해 지원자를 선발한다. 수급자의 경우 입원비와 수술비의 100%, 그 외도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까지 진행되는 이 캠페인은 일반 보험의 경우 중위소득 150% 이하, 전·월세 부동산 1억8000만 원이나 자가 2억5000만 원 이하 보유자에 한해 지원한다. 수급자 1종·2종, 차상위 계층(차상위 본임부담 경감 대상자)도 신청 가능하다. 곽창희 구세군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은 “들리지 않아 가족과 사회에서 단절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저소득층 고도 난청 환자들이 이 사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다시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의 담당 전문의인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공와우는 달팽이관 기능의 이상으로 심각하게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되찾아주는 혁신적인 장치”라며 “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 때문에 평생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난청은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나 우울증의 위험이 최대 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헬렌 켈러는 눈이 멀면 사물에서 멀어지고 귀가 멀면 사람에게서 멀어진다고 했다”며 “혼자 고민하지 말고 우선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 상태를 확인한 후 하루라도 빨리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난청 방치하면 치매-우울증 위험… 인공와우 수술, 간편하고 부작용 없어”

최병윤 교수에게 듣는 ‘인공와우’

―인공와우와 보청기는 어떻게 다른가.

인공와우는 달팽이관 기능 이상으로 심각하게 듣지 못하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치다. 소리를 청신경과 뇌로 전달하는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겨 청각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소리 크기를 증폭만 시키는 보청기로는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다. 인공와우는 외부의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청신경 근처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공와우 수술은 누가 받나.

인공와우 수술은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귀 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단 신경원세포가 줄어든 경우나 뇌막염 수술 후, 또는 뇌 손상이 있다면 인공와우로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검사 후 수술 진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19세 미만 환자는 양쪽 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9세 이상 성인은 한쪽 귀만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술 부작용은 없나.

수술은 보통 1∼2시간 정도 걸린다. 중이염 수술보다 합병증과 부작용이 크지 않아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간혹 수술 후에 말소리가 로봇소리처럼 들린다거나 울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는 한두 달 정도의 재활 기간을 거치면서 서서히 나아진다.


―난청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들리지 않는 상태로 방치하면 치매나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난청이 의심되면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소아 난청으로 언어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인의 경우에도 타인과의 소통이 힘들어지고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어 사회적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전진단법으로 수술 전에 미리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난청에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밝힘으로써 인공와우 수술 후 청력 향상 효과를 수술 전에 예측해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의 판단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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