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하늘길 넓어질까?… 에미레이트, 주7→14회 증편 요구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6-11 03:00 수정 2019-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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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률 90% 이르는 인기 노선… 대한항공 “특혜 커져 불공정 경쟁”

“항공 자유화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여는 한국이 정작 하늘길을 넓히는 데 얼마나 적극적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달 8일 인천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심포지엄에서 만난 항공 전문가는 “정부는 국민이 싼 비용으로 다양한 국가를 갈 수 있게 하늘길을 넓히는 걸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게 하자는 항공 자유화였다. 하지만 개최국인 한국은 여전히 항공 노선 확대에 소극적이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하늘길을 넓히자’는 논의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대표적 사례가 인천∼두바이 노선의 확대다. 현재 이 노선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 항공과 대한항공이 각각 주 7회씩 운항 중이다.

두바이 공항은 UAE의 허브 공항으로 환승을 통해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갈 수 있는 장점이 크다 보니 이 노선 탑승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환승 노선은 직항보다 소요 시간이 길지만 가격이 싼 데다 다양한 국가를 방문할 수 있어 국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인천∼두바이 노선 이용객은 약 45만 명으로 5년 전(약 35만 명)보다 약 28%가 는 것으로 항공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노선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에미레이트 항공 측은 “항공 자유화까진 아니라도 주 14회로 증편을 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증편으로 항공 좌석의 공급이 늘면 소비자들이 싼 가격으로 다양한 국가를 여행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증대한다는 주장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두바이 항공료는 에미레이트 항공이 약 75만∼110만 원으로 대한항공보다 30만∼50만 원 싸다. 하지만 UAE 측의 증편 요구는 2001년 ‘한-UAE 항공회담’에서 운항 편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중동행 노선 증편 시 중동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로 항공 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에 나서야 하는 대한항공 역시 “중동 항공사들은 각종 세금 면제 등의 보조금을 받고 있어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 측은 이에 대해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내 여행 및 항공업계는 중동행 증편 논의가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큰 데다 2월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 간 정상회담에서도 “항공 분야가 양국 간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인정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놨기 때문이다.

최문용 청운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항공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가 중국 프랑스 몽골 등의 노선 증편을 이끌어 낸 것처럼 앞으로 UAE 같은 국가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증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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