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기대 확산… ‘7월 0.5%P’ 예측까지 나왔다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19-06-11 03:00 수정 2019-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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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發 경기하방 위험 커져… 호주-말레이시아 등도 금리 내려
뉴욕증시 악재에도 일제히 상승
JP모건 “연내 두차례 인하” 전망… 일각 “불확실성 커 인하 힘들수도”


7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는 5월 일자리가 7만5000개 늘었다고 밝혔다. 일자리 증가 규모가 4월(22만4000개)의 3분의 1로 줄었는데도 이날 뉴욕 주식시장의 3대 지수는 일제히 1% 넘게 상승했다.

왜 그럴까. 증시 분석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곧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시장의 ‘희망적 기대’가 나쁜 뉴스마저 ‘호재’로 받아들이는 이례적 현상으로 나타났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선물시장에서 ‘7월 말까지 금리 인하’ 전망이 한 달 전보다 선물 가격에 20% 더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약한 인플레이션과 일자리 증가세 둔화로 연준이 금리 인하란 행동에 나설 근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미 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4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올랐다. 연준의 인플레 목표치 2.0%를 밑돌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점치는 투자은행(IB)들도 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마이클 게이펀, 조너선 밀러 경제분석가는 5월 고용지표 발표 후 월가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준이 예방적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FOMC가 6월 성명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강하게 인정하고, 필요하면 정책 지원(금리 인하)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은 올해 연준이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일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중 무역협상 등이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경기 확장이 유지되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연준이 섣불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멕시코에도 관세 부과 압력을 가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멕시코와 이민 단속 강화 등에 합의했다. 관세 부과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미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조기 합의 대신 확전을 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에서 무역전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지만 중국이 나아가려 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기꺼이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도 속속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는 점 또한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5월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각각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은 같은 달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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