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사고, 가해자가 ‘부모의 보호의무 위반’ 걸고넘어지면…[변종국 기자의 슬기로운 아빠생활]15<교통사고 현장에서 3>

변종국기자

입력 2019-06-10 14:01 수정 2019-06-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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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현장에서 3편

교통사고 현장을 취재하며 배운 것들을 정리한 ‘슬기로운 아빠생활-교통사고 현장에서 1, 2편’에 달린 독자들의 경험담을 보며 또 다시 반성했다. 부모들의 잘못된 운전 습관 등을 지적한 몇몇 댓글은 마치 나를 저격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사 댓글을 보면서 교통 안전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라는 부제로 써내려간 글들이 어느 한 사고를 막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킥보드는 조심 또 조심

아내와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에게 절대 킥보드는 사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킥보드와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등으로 인한 사고 유형은 간단하다. △혼자 넘어지는 경우 △자동차 및 사람 △장애물과 부딪히는 경우다. 헬멧 등 안전장비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지만, 안정장비가 없는 아이들을 더 자주 본다. 어른들이 서로 대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이리저리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저러다 사고 나면 어쩌나” 싶다.

필자도 동네 골목에서 갑자기 킥보드를 탄 아이가 나와 놀란 적이 있었다. 내가 전방을 주시하지 못했더라면 어쨌을까 싶었다. 2차 충돌 사고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고다. 킥보드를 탄 아이가 차량 옆쪽에 부딪혀 넘어졌다. 그런데 차량이 이를 늦게 인지하고 아이를 밟고 넘어갔다. 가볍게 넘어졌던 사고였지만, 아이는 사망했다. 1차사고 이후 벌어지는 2차 사고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킥보드 동아일보 DB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교통이 빈번한 도로에서 어린이를 놀게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 부모의 어린이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모에게도 어린이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의미지만,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 측에서 ‘부모의 보호의무 위반’을 걸고넘어지면서 손해배상책임을 감경 받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고가 나면 가해자 측에서는 감형을 받으려 별의 별 주장을 다 한다는 현실을 꼭 명심하자.

물론, 어린이 사고의 경우엔 운전자 과실이 어떤 경우가 됐던 더 크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의 사고는 조금 특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사유지)는 교통법상 일반 도로와 다르게 취급을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파트 단지 내 도로와 횡단보도, 사유지 등은 일반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로 인정받지 않아 사고 가해자가 처벌을 안 받을 수도 있다.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나 인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은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가해자 엄벌 법안이 2년 전에 발의 됐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처벌 수위와 공권력이 사유지를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는지를 두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뺑소니나 음주는 어디서든 똑같이 처벌 받는다. 허나 처벌 여하를 떠나서, 아파트 단지에서 사고 나면 피해자만 더 억울하고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고 방지가 더 중요하겠다. 한 취재원의 말이 떠오른다. “가해자 처벌 등을 떠나서 아이가 다치면 부모 가슴만 찢어지고, 아이만 고통스러운 거야. 부모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코너를 조심하라

어린이 사고 중에 우회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들이 많다.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마주하는 경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회전을 하는 코너에 화단이나, 교통시스템 제어기, 가로수, 지하철 환풍구 등이 있는 경우가 있다. 정말 위험한 장애물들인데, 우회전을 하는 운전자와 우회전 차량을 살피는 보행자 모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자마자 건너려는 경향이 있다. 코너에 장애물이 있는 곳이라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 한 전문가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들을 치워야 한다고 지자체에 민원을 넣고는 있지만,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혹시나 우회전을 할 때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을 발견할 경우, 지자체에 이를 치워 달라는 슬기로운 민원을 넣어보자. 그리고 코너에서의 사고 방지 자원에서, 횡단보도에서 대기 할 때 도로에서 2~3걸음 뒤에서 기다리게끔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좋겠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차량 뒷문 유리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Baby in car’와 같은 스티커를 부착하는 부모들이 있다. 바람직하다. 이 스티커의 유래 중 하나는 폐차장에 간 차량에서 간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면서부터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고 차량에 아기가 있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아이가 타고 있다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한 스티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그 뒤로 사고가 나면 아이부터 찾아 달라는 의미에서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소방관은 “현장에 나가서 아이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를 보면 아이부터 찾는다. 1초가 급한 현장에서 그런 표시 하나는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한번은 교통경찰이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자동차 유리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좋은데 원래는 유리가 아닌 차체에 붙이는 것이 더 좋다” 그 이유를 물었다. 경찰은 “대형 사고의 경우엔 유리가 박살나는 경우가 많은데, 유리에 붙인 스티커가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겨들을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지나다니면서 차체에 스티커를 붙인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사실 필자는 스티커를 붙이진 않았다. 선입견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가 타고 있다’라고 하면 양보를 하거나 조심하기보다는 이를 악용(?) 하는 것 같은 운전자들이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 때문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교통 문화가 정말 좋아졌다”고 말한다. 사망률도, 사고율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 문화는 어떨까? 교통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인식하는 아빠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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