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기술패권 경쟁속 양자택일 강요… 한국기업 진퇴양난

뉴욕=박용 특파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김지현 기자

입력 2019-06-10 03:00 수정 2019-06-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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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화웨이 샌드위치]中, 삼성-SK 불러 “美압박 동참 말라”

중국 정부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경고한 자리에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부른 것은 미중 간 기술 패권 전쟁에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제3국인 한국 기업들까지 휘말려 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중 양국 정상의 만남에 앞서 두 나라가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방위 보복 조치를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세계 경제가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진퇴양난 삼성, 하이닉스 반독점 벌금 불똥 우려

중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를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민감한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미국 마이크론과 함께 중국으로부터 가격담합을 의심받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믿을 수 없는 기업’이라고 낙인을 찍는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매체들은 마이크론 삼성 SK하이닉스 3개사에 최대 80억 달러(약 9조420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 부총리 등이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 때마다 10차례 이상 ‘반독점 조사는 정치적 의도와 연관시키지 말아 달라’고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가 곧 발표할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에’에 한국 기업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제재가 가시화되면 그나마 손해를 덜 보는 쪽으로 계산해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중, 미국과 그 밖의 기업 ‘투 트랙’ 압박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대기업 압박을 ‘외교 수단’으로 써왔다.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무역갈등을 빚고 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 시애틀에 들러 미국과 중국 기술 기업 임직원들을 만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를 따르면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행정부의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한 로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이외 기업들에는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 기업에 정상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한 부정적인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중국은 ‘희토류’, 미국은 ‘환율’ 보복 카드 남겨둬

중국은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와 제트엔진, 위성, 레이저 설비 등 군용무기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위한 법제화에 착수했다.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8일 ‘국가안보법’에 근거해 “국가안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제거하기 위한 ‘국가기술안보 리스트 제도’를 만들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치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9일 사설에서 “중국이 미국이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2014∼2017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남겨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생각에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6.30위안에서 6.90위안으로 움직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위안화 환율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므누신 장관은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어느 시점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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