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 위험 장기화”…자신감 보이던 경제낙관론 접은 靑 ‘유턴’

문병기기자

입력 2019-06-09 18:08 수정 2019-06-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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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대외 여건에 따른 (경제)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분기(4~6월)부터 경제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경제인식에서 청와대가 ‘유턴’한 것이다.

윤 수석은 7일 간담회를 갖고 “1분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수석은 “(미중) 통상마찰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도 기대보다 크게 하락했다”며 “통상마찰이 (미중 간의) 글로벌 백본(backbone·중추 통신망) 경쟁 등과 결부되면서 조금 더 장기화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화웨이 사태 등 미중 간 격화되고 있는 통상전쟁으로 경제성장률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자리에 대해서도 윤 수석은 “일자리 핵심계층인 30~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있고 경기 하방 위험을 고려할 때 고용 여건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이날 간담회에서 ‘하방’을 10차례 언급했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에도 하반기 경기 개선에 자신감을 보이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서 “2분기부터 상황이 좋아져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에 해당하는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수석은 이날 간담회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 개선 등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을 유지했지만, 이는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4%에 그치면서 기저효과에 따라 2분기 성장률 회복이 예고돼 있었던 만큼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가 한달 여만에 이처럼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가 당초 전망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역분쟁으로 인한 제조업 체감경기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기 개선 흐름이 예상보다 뒤로 밀리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북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출국 전 환송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게 “추경이 안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이라며 추경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당부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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