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유쾌하게 보내는 7가지 지혜

뉴스1

입력 2019-06-07 19:31 수정 2019-06-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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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겨울이 아니며, 지혜롭고 창의적이며 또한 정신적으로 행복하다는 강변(强辯)들이 많습니다. 노년에 대한 긍정적 관점은 열등감의 이면이 아닌가 궁금하던 차에 정신과 전문의이신 이근후(85) 교수님과 인터뷰 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최근에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란 책을 내셨기에, 인생이 그렇게 유쾌한가를 도전적으로 캐 묻고 싶었습니다. 의외로 교수님은 현실적이었습니다. 노년이라는 이상의 세계에 있지 않고 달갑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지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추출한 노학자(老學者)의 노후를 유쾌하게 보내는 지혜를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금 야금’입니다. 노년은 즐겁고 행복한 기간이 아닙니다. 몸도 아프고, 마음은 외롭고, 정신은 죽음이라는 불안에 직면해야 하는 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쾌하게 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분석학자 아들러(A. Adler)는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감을 찾으려 하고 또 그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노년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감을 찾고 또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방법은 ‘야금 야금’입니다. 사람들은 당장 뭔가를 이뤄내려 하는데 인생에서 그렇게 이루어지는 건 별로 없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해가야 합니다.

둘째, 노년에 유쾌하기 위한 두 요소는 건강과 돈입니다. 이 둘이 갖추어지면 노후에 재미 있게 보낼 것은 정말로 많습니다. 노년을 유쾌하게 보내기 위한 필요조건이 건강과 돈인 셈입니다. 돈은 부족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몸의 건강은 다들 주의를 기울입니다만 정신 건강이 문제입니다. 정신 건강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이 둘만 지키면 됩니다. ‘그 때는 이랬는데 지금의 나는 왜’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죽음이 닥치면 난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들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그럼에도 가끔씩 힘든 일들이 일어나는데 이를 잘 버텨야 합니다. 파테르(parterre) 정신입니다. 일명 ‘빠떼루’라고 하죠.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경기에서 해설자가 ‘빠떼루를 줘야 합니다’에서 유행했습니다. 수비자가 중앙에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공격자가 뒤에서 공격할 때 수비자는 바닥에 찰싹 붙어서 뒤집히지 않기 위해 악착 같이 버텨야 합니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훈풍이 불어오는 게 인생입니다. 빠떼루는 레슬링에서 소극적인 경기를 한 데 대한 벌칙인데 인생에는 이유 없이 이런 빠떼루를 받아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버텨야 합니다. 이유를 묻지 말고 그냥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넷째,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노후에는 60년 이상 익혀 온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려 합니다. 그런데, 사회는 상전벽해처럼 변해 있습니다. 과거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았습니다. 싱글이냐는 질문도 꺼렸습니다. 이제는 비혼(非婚)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회가 변한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합니다.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명절에 ‘결혼 했냐, 왜 안 하느냐, 애를 왜 안 갖느냐’라는 질문을 하며 꼰대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예의가 없고 무례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의 변화에 무조건 순응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해하고 적응하라는 뜻입니다.

다섯째, 페르소나(가면)를 여러 개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가면이 여럿 있으면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합니다만 오히려 하나의 페르소나만 갖고 사는 인생이 문제입니다. 겨울 옷 하나로 사계절을 살아가는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사계절이 있듯이 페르소나도 적어도 네 개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퇴직 전의 가면이 진짜 얼굴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아 곤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여러 가면을 잘 바꿔 쓰는 게 노후의 정신 건강에 훨씬 좋습니다.

여섯째, 배우자는 아파 누워 있어도 있는 게 좋습니다. 사람의 정신적 문제는 관계에서 모두 비롯될 정도로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배우자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가정으로 복귀하는 남자는 아내의 세계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신혼 때 알았던 그 세계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에는 부부가 새로이 제 2의 인생을 꾸려 갈 설계를 해야 합니다. 신혼에는 애를 몇 낳고 집은 언제 구입할 지를 부부가 계획합니다만 노년에 이르러 이런 계획을 하는 부부는 거의 없습니다. 혹 부부가 서로 이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가게 되면 졸혼(卒婚)도 한 방법입니다. 이혼과 달리 부부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 두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공부나 취미생활을 하려면 무조건 좋아하는 걸로 하십시오. 이근후 교수님은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직을 퇴직하고 다시 디지털 대학교에 입학하여 문화예술학을 전공했습니다. 정신의학이 문화예술과 관련이 많은 데다 네팔 봉사를 하려면 네팔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의 공부가 꿀맛 같이 달콤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1등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노후에 취미나 공부는 책임감이나 의무감 없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로 선택하기 바랍니다.

김형석(100) 교수님이 75세 때, 구순에 가까운 지인께서 몇 살이냐고 묻고 답을 듣더니, 창을 가만 보고 있다가 ‘참 좋은 때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한 이근후 교수님의 답은 인생은 모든 연령대가 나름의 행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10대는 10대의 즐거움이, 50대는 50대의 즐거움이, 70대는 70대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이는 과거를 보면 가장 많은 연령이고 미래를 보면 가장 어린 연령입니다. 어느 연령대에 있든지 그 나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유쾌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금 야금’ 그렇게 말입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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