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영기업들에 ‘SK 날개’ 다나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6-07 03:00 수정 2019-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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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7개월만에 또 방문
경영진 대거 이끌고 총리 만나… 재계1, 2위 그룹 회장도 잇단 면담
‘정부-기업 상생모델’ 개발 협력… 현지 공기업 민영화사업 본격 참여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5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운데)와 팜녓브엉 빈그룹 회장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면담한 지 7개월 만에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 등 그룹 최고 경영진을 대거 이끌고 다시 찾은 것이다.

6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번에도 응우옌 총리를 비롯해 베트남 1, 2위 기업인 빈그룹과 마산그룹의 총수를 만났다. 5일에는 응우옌 총리 및 빈그룹의 팜녓브엉 회장을, 6일에는 응우옌당꽝 마산그룹 회장과 각각 면담했다. SK에 따르면 이들은 베트남 정부와 기업들의 기존 성공 모델에서 더 나아간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환경문제 해결을 모델로 한 신규 사업의 필요성 등 최 회장이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도 나눴다.

이번 만남은 SK그룹이 지난해 마산그룹에 이어 지난달 빈그룹의 지분 매입 계약까지 마치면서 베트남 양대 기업의 대주주가 된 직후 이뤄진 것이다. SK 관계자는 “두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베트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그룹은 약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빈그룹의 지분 6%, 마산그룹의 지분 9.5%를 각각 확보해 두 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재계에서는 SK의 베트남 투자의 가장 큰 목적이 현지 국영기업의 민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공, 한국이동통신 등 공기업을 인수해 현재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으로 탈바꿈시킨 노하우를 베트남 현지에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정부는 1986년 제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도이머이(새롭게 바꾼다는 뜻의 베트남어)’를 채택한 뒤 후진적 경영 시스템을 가졌던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국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에선 주요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경우 현지 기업에 우선적으로 지분을 주기로 결정했다”며 “SK의 현지 기업 지분 확보는 국영기업 민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SK가 빈그룹과 마산그룹의 지분 매입과 함께 이들의 신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하면서 두 회사의 민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현지 항공사 베트남에어라인과 이동통신사 모비폰 등 물류·통신 분야를 비롯해 주요 공기업 대다수가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

베트남 정부 역시 한국 대기업이 현지 국영기업의 민영화 프로젝트에 투자함에 따라 부족한 자본금으로 지지부진해진 민영화 작업에 속도가 붙기를 바라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2017년 135개, 2018년 181개의 국영기업 민영화를 목표로 했지만 실적은 각각 13개. 18개에 그쳤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대기업의 참여로 자본금 확충은 물론이고 선진 기술과 경영 노하우 도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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