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에 올바른 선택 압박’ 보도 나온 날, 美 곧바로 ‘맞불 압박’

한기재 기자

입력 2019-06-06 03:00 수정 2019-06-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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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美대사, 反화웨이 동참 요구
“5G, 동맹안보에 수십년 영향 끼쳐… 세계는 신뢰할수 있는 시스템 원해”
한미 정보공유 카드 내밀며 경고
美-中 연일 ‘우리편에 서라’ 요구… 정부 “협의 단계 아니다” 유보적 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결국 한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인사가 서울에서 한국에 “미중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중 패권 경쟁의 격전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양국의 압박이 노골화되면서 한국이 갈수록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페이스북코리아에서 열린 ‘클라우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5세대(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클라우드 컴퓨터 규제 완화에 따른 혜택을 주제로 한 행사. 화웨이라고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콘퍼런스 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5G 사이버 보안을 강조하며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해리스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말했듯, 세계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올 2월 언론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를) 자국의 핵심 정보 시스템에 도입하는 나라와는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위험성을 안다면 (동맹국들이) 좋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것을 상기시키며 한국이 반화웨이 전선에 동참하지 않으면 정보 공유 협력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 정부 인사가 한국에 공개적으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 당국 간 물밑 협조 요청 대신 공개 압박으로 요청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 하지만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듣고 있지만 본격적인 협의를 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유학·여행주의보를 내린 데 이어 희토류 수출 중단 등 ‘대미(對美) 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중국 역시 한국에 대해 노골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8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바란다고 (대중 무역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옳은지 한국 정부와 기업이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된 만큼 미국의 반화웨이 동참 요구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중 사이에서 고민만 하다 허송세월하면 화웨이 사태에 대처할 외교적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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