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부자가 배우는 경제]콘텐츠 홍수 속 현명하게 소비하는 눈을 길러라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입력 2019-06-05 03:00 수정 2019-06-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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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마블 캐릭터인 ‘아이언맨’. 오른쪽은 넷플릭스 화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사진 출처 Freepik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마블 캐릭터는 무엇일까요? 평범한 10대 소년이 영웅이 돼 미국인들에게 용기를 준 ‘스파이더맨’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블 히어로 캐릭터는 무엇일까요? 바로 ‘아이언맨’이라고 합니다. 아이언맨은 나쁜 자본가에서 착한 자본가로 일명 개과천선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정작 미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우리나라는 ‘마블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마블 열풍이 대단합니다. 작년 말 ‘보헤미안 랩소디’로 퀸 열풍이 불더니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연평균 4.2회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입니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달아오릅니다. N차 관람(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을 하고,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며칠간 소셜미디어를 멀리하기도 합니다.


○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영화 관람이 취미인 준호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려는데 친구들이 영화를 보자고 합니다. 고민 끝에 영화를 보고 와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저녁까지 먹고 온 뒤 그냥 잤습니다. 이때 영화를 보기 위해 포기한 공부 시간을 경제용어로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준호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하는데 다른 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합니다. 또 영화 보러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때 지출한 영화 관람료와 영화를 보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벌었을 돈을 합친 것이 기회비용입니다. 따라서 기회비용보다 선택을 통해 얻은 이익이 커야 합리적 선택을 한 것입니다. 만약 준호가 영화 관람료와 알바비를 모두 포함한 돈보다 내가 선택한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크다면 잘한 선택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미 지불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합니다. 이미 가라앉아서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화 관람료를 지불하고 잔뜩 기대해 극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예상과 달리 영화가 너무 재미없다면 어떻게 하나요? 자리를 박차고 나오나요?

대다수는 ‘모처럼 시간을 내서 왔는데…’ ‘이미 비용을 지불했는데…’라는 생각에 꾸벅꾸벅 졸더라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나옵니다. 이미 지불해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은 잊어버려야 합니다. 영화가 재미없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 OTT가 바꿔놓은 영화산업

하지만 이제 영화가 재미없다면 끝까지 보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는 영화를 더 이상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시간 맞춰 TV 앞에서 ‘본방 사수’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언제든 모바일 환경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2억163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한 반면 매출액은 1조8140억 원으로 전년보다 3.3%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관객 수는 줄었지만 극장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4월 이뤄진 관람료 인상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줄고,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극장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에 극장들은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보는 공간에서 체험하는 공간, 문화 공간으로 극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극장에서 영화를 볼 테니까요.

그럼에도 요즘 젊은 관객들은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합니다. OTT가 이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OTT’라고 합니다. ‘over the top’에서 top은 셋톱박스를 의미합니다. 케이블이나 인터넷TV(IPTV)를 보려면 유선 셋톱박스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셋톱박스가 없어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나 스트리밍(다운로드 없이 실시간 재생)으로 미디어 콘텐츠와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OTT라는 서비스를 통해 영화산업은 변하고 있으며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으로 극장 영화는 일대 격변기를 맞고 있습니다.


○ 콘텐츠 선별 안목 길러야

글로벌 OTT 사업자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애플과 구글,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가세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OTT 시장에 뛰어들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OTT의 강자 넷플릭스는 1997년 영화 DVD를 빌려주는 사업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영화 비디오 사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꿉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개의 스크린으로 보는 N스크린(스마트폰이나 TV 등 여러 기기를 등록해 자유롭게 이용)을 통해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실시했습니다.

일상을 이롭게 하는 모바일의 진화로 단 몇 초 만에 초고속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데다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부담해야 할 기회비용은 얼마나 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매몰시키지 않도록 나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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