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20년간 꿈꿔온 작품… 스펙터클한 곡들만 가져왔어요”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6-04 03:00 수정 2019-06-04 03:00
‘엑스칼리버’ 초연 앞두고 방한
“한국이 사랑하는 작곡가라니 기뻐… 김준수 등 배우들에게 영감 얻어”
“‘한국이 사랑하는 작곡가’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20년간 꿈꿔 오던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위해 ‘지킬 앤 하이드’에 버금가는 스펙터클한 곡들을 가져왔어요.”
뮤지컬을 잘 모르는 이라도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은 서정적 멜로디에 감정을 토해내는 배우의 열창으로 대중적 노래가 됐다. 이 곡을 만든 프랭크 와일드혼(60)이 ‘엑스칼리버’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38개의 곡과 멜로디를 작곡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드라큘라’ ‘몬테크리스토’ ‘데스노트’의 넘버도 작곡하며 한국에서의 흥행 신화를 써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엑스칼리버’는 제 아들이 ‘아서왕 신화’를 토대로 한 곡을 써달라고 계속 조르는 바람에 20년 전부터 꿈꿔 왔던 작품”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한국 관객을 위해 100여 개의 곡 중 38개의 웅장한 멜로디를 엄선했다”고 했다.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서왕’의 이야기다. 대규모 전투 장면, 압도적 규모의 무대,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와일드혼의 곡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많은 아서왕 신화를 다룬 작품을 접하며 영감을 떠올렸어요. 시대적 고증은 물론이고 무대 위 시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와 책을 보며 공부했죠.”
그의 곡들이 특히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그는 한참 고민하더니 ‘번역가의 노력’과 ‘멜로디’라고 답했다.
“제 곡의 감성을 한국 정서에 맞게 훌륭하게 번역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단순 직역이 아니라 음절, 운율, 상징성, 흐름까지 고려한 가사는 제가 들어도 좋더라고요. 곡을 만들 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멜로디’를 가장 중시하는데, 라흐마니노프부터 솔 넘치는 흑인음악까지 서정성을 강조한 것이 한국 관객에게 잘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는 곡이 품은 감성을 잘 표현해내는 한국 배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트리플 캐스팅’이라는 한국 뮤지컬만의 독특함에 대해 “아서왕을 맡은 배우 카이, 김준수, 도겸 모두 작품이 새롭게 해석되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드라큘라’를 함께한 김준수는 세계에서 공연되는 ‘드라큘라’의 트렌드를 바꿨을 정도로 작곡가에게도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배우”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만큼 한국 뮤지컬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뮤지컬계는 젊고 현대적이지만 역사가 짧아 특징적인 색이 부족하다”며 “한국 작곡가들이 대중가요부터 클래식, 오페라까지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 다채로운 색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 작곡가의 숙명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작곡가는 본인만의 트렁크를 한 대씩 들고 다니며, 당장 곡이 쓰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쌓아둬야 해요. 언제 제 곡이 ‘지금 이 순간’처럼 감동을 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이 사랑하는 작곡가라니 기뻐… 김준수 등 배우들에게 영감 얻어”
“‘한국이 사랑하는 작곡가’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20년간 꿈꿔 오던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위해 ‘지킬 앤 하이드’에 버금가는 스펙터클한 곡들을 가져왔어요.”
뮤지컬을 잘 모르는 이라도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은 서정적 멜로디에 감정을 토해내는 배우의 열창으로 대중적 노래가 됐다. 이 곡을 만든 프랭크 와일드혼(60)이 ‘엑스칼리버’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38개의 곡과 멜로디를 작곡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드라큘라’ ‘몬테크리스토’ ‘데스노트’의 넘버도 작곡하며 한국에서의 흥행 신화를 써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엑스칼리버’는 제 아들이 ‘아서왕 신화’를 토대로 한 곡을 써달라고 계속 조르는 바람에 20년 전부터 꿈꿔 왔던 작품”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한국 관객을 위해 100여 개의 곡 중 38개의 웅장한 멜로디를 엄선했다”고 했다.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서왕’의 이야기다. 대규모 전투 장면, 압도적 규모의 무대,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와일드혼의 곡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많은 아서왕 신화를 다룬 작품을 접하며 영감을 떠올렸어요. 시대적 고증은 물론이고 무대 위 시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와 책을 보며 공부했죠.”
그의 곡들이 특히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그는 한참 고민하더니 ‘번역가의 노력’과 ‘멜로디’라고 답했다.
“제 곡의 감성을 한국 정서에 맞게 훌륭하게 번역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단순 직역이 아니라 음절, 운율, 상징성, 흐름까지 고려한 가사는 제가 들어도 좋더라고요. 곡을 만들 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멜로디’를 가장 중시하는데, 라흐마니노프부터 솔 넘치는 흑인음악까지 서정성을 강조한 것이 한국 관객에게 잘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는 곡이 품은 감성을 잘 표현해내는 한국 배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트리플 캐스팅’이라는 한국 뮤지컬만의 독특함에 대해 “아서왕을 맡은 배우 카이, 김준수, 도겸 모두 작품이 새롭게 해석되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드라큘라’를 함께한 김준수는 세계에서 공연되는 ‘드라큘라’의 트렌드를 바꿨을 정도로 작곡가에게도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배우”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만큼 한국 뮤지컬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뮤지컬계는 젊고 현대적이지만 역사가 짧아 특징적인 색이 부족하다”며 “한국 작곡가들이 대중가요부터 클래식, 오페라까지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 다채로운 색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 작곡가의 숙명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작곡가는 본인만의 트렁크를 한 대씩 들고 다니며, 당장 곡이 쓰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쌓아둬야 해요. 언제 제 곡이 ‘지금 이 순간’처럼 감동을 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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