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혼 “더블·트리플 캐스팅, 한국에만 있는 현상”

뉴시스

입력 2019-06-03 19:52 수정 2019-06-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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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엑스칼리버' 작곡가


“음악은 사랑과도 같다. 경계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관객과 소통하게 된다. 내가 산증인이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많은 작업을 했다. 배우들이 열정을 담아 연기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61)은 “사람 감정의 변화를 음악이 맞춰줘야 한다. 스토리, 캐릭터에 충실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음악에 애정을 드러냈다.

와일드혼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웃는 남자’의 ‘웃는 남자’ 등으로 한국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의 뮤지컬 산업은 매우 젊다. 배우와 관객들의 연령대가 낮다. 유럽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 뉴욕이나 일본은 연령대가 훨씬 높다”고 전했다.

번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영어 표현이 한국에 없는 경우도 있다. 보통 직역을 하지 않는다. 번역이 음악에 맞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한다. 훌륭한 번역가가 있어야 하고, 그들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와일드혼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음악을 맡았다. “공연하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서 썼다. 작품을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힘든 작업이다.”

‘엑스칼리버’는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왕의 운명을 타고난 청년 ‘아더’는 뮤지컬 배우 카이, 김준수, 그룹 ‘세븐틴’ 멤버 도겸이 번갈아 연기한다. 아더의 오른팔 ‘랜슬럿’으로는 엄기준, 이지훈, 박강현이 캐스팅됐다. 이복동생 아더로부터 후계자 지위를 찬탈하려는 ‘모르가나’는 신영숙과 장은아, 마법사이자 예언가 ‘멀린’은 김준현과 손준호가 각각 담당한다.

“더블, 트리플 캐스팅은 한국에서만 있는 일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함께 맡는다고 하면 ‘내가 죽기 전에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하하. 이제는 한국 특유의 뮤지컬 시장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
아더왕은 색슨족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것으로 알려진 신화 속 인물이다. 그의 전설은 서사시, 소설, 산문과 음악, 미술 등 예술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변주됐다. “각 캐릭터에 정체성을 주려고 노력했다. 아더는 공연 말미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마음의 상처를 겪었고 지혜로워졌다. 캐릭터를 통해 정체성을 바꿔나가는 게 재미있다.”

“여성 캐릭터를 보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디즈니도 여성 캐릭터를 왕자가 하는 것에 대해 반응만 하는 캐릭터로 만들지 않는다. ‘엑스칼리버’도 마찬가지다. 기네비어는 활을 쏘는 인물이다.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화끈하고 좀 건방진 태도도 보인다. 어느 남자와도 싸울 수 있다. 공연을 볼 관객들을 위해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뮤지컬 산업이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캐릭터의 진심이다. 내 음악을 통해 캐릭터의 영혼을 느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한국 관객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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