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둔화에 미중 분쟁”…위기관리 직접 나선 이재용

뉴스1

입력 2019-06-02 10:48 수정 2019-06-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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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화성사업장에서 사장단 간담회…경영환경·투자 점검
메모리 수요 둔화에 ‘미중 무역전쟁’ 대외불확실성 높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메모리연구동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 부회장, 윤부근 부회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실적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의 대외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직접 위기관리에 나섰다. 핵심 경영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글로별 경영환경과 전략을 논의하면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투자 전략의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화성사업장에서 김기남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과 주요 사장단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환경 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면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알려진 이른바 ‘초격차’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사장단이 동행했다. 이 부회장이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만이다. 화성사업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이 있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1월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올들어 국내 사업장에서 글로벌 경영환경과 주요 전략 관련 간담회를 연 것은 지난 1월 기흥사업장을 찾은 이후로 5개월여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전자 관계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사진=삼성전자 블라인드 앱)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것이 삼성전자의 경영환경을 둘러싼 ‘대외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 관리와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0.15% 감소한 수준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앞세운 메모리 수요 둔화로 가격이 급락한 여파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주요 제품의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은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만에 최저 수준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이하로 떨어진 것도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고 실적을 쓴 지난해 3분기 17조57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까지 줄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확산도 삼성전자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화웨이의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품을 공급받는 거래업체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면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부문에서는 소폭의 실적 감소가 우려된다. 하지만 양사가 경쟁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는 ‘반사 효과’도 기대되기도 한다.

이처럼 각종 ‘리스크’가 혼재한 상황에서도 이 부회장은 총수로서 삼성의 근원적 경쟁력의 바탕으로 평가되는 우수 인재육성과 대규모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위기 상황의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2018년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재점검하고 차질없는 추진도 당부했다. 그는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이를 위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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