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에 세탁기 1대… LG, 美스마트공장으로 관세 돌파

클라크스빌=박용 특파원

입력 2019-05-31 03:00 수정 2019-05-3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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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LG전자 테네시 공장 준공

로봇이 하기 힘든 공정에만 직원 투입 2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LG전자 세탁기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조립하고 있다. 로봇 설비로 공장의 60%를 자동화해 사람들은 로봇이 하기 힘든 전선 설치, 모터 조립 등 일부 공정에 집중 배치돼 있었다. 클라크스빌=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중남부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도심. 인근 켄터키주 경계를 따라 건설된 ‘LG하이웨이’를 달리자 축구장 160개 규모(약 125만 m²)의 터에 연면적 7만7000m²인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나타났다.

이 공장 1층에서는 거대한 ‘로봇 팔’이 세탁기 몸체용 금속 패널을 끊임없이 날랐다. 바닥에는 150대 이상의 무인운반로봇(AGV)이 각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싣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취재진을 만난 AGV는 자동으로 멈췄다. 공장 직원 약 600명은 로봇이 하기 어려운 전선 연결, 모터 조립, 품질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 지역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올해 1월 취임한 빌 리 테네시 주지사(60·공화)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 본 공장 중 가장 인상적”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시설을 극찬했다.


○ ‘10초에 1대’ 한미 양국서 동시 생산

LG전자는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처음으로 가전공장을 지었다. 이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LG 세탁기는 클라크스빌 및 경남 창원 공장에서 절반씩 생산된다. 창사 후 ‘한미 양국 생산체제’가 가동된 것도 최초다.

클라크스빌 공장에는 두 개의 생산 라인이 있다.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합해 연간 120만 대를 만든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 부사장은 “창원 공장의 생산 라인 자동화 비율은 40%지만 이곳은 60%다. 전통 공장 인력의 3분의 1로도 가동할 수 있는 ‘지능형 자율공장’ 체제를 갖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 핵심은 부품 공급 및 포장 등을 로봇 설비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생산부터 제품 포장까지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하는 자동 통합생산체계도 적용했다. LG 측은 현재 50%인 공장 가동률을 연말경 100%에 가깝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면 창원 공장처럼 ‘10초에 1대’ 세탁기 생산이 가능해진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현지 생산하면 재고 부담 없이 일주일이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의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서 열린 LG전자 세탁기 공장 준공식에서 테네시 주정부와 LG 관계자들이 공장 가동을 알리는 리본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마크 그린 미 연방 하원의원,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부사장), 빌 리 테네시 주지사,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LG전자 제공


○ 월풀 발(發) 세이프가드에 4300억 투자로 맞불

이 공장은 2017년 8월 공사를 시작했다. LG는 약 3억60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투자했다. 그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한국 기업의 첫 대규모 대미 투자였다.

취임 직후부터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미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2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한국산 세탁기에도 20% 관세를 물렸다. LG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장 가동 시기를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지난해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송 사장은 “월풀이 LG를 불러들였다. 설사 관세가 없어져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더 유리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올해 세탁기 수입량은 관세할당물량(TRQ)인 120만 대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탁기 관세도 18%에서 45%로 오른다. 그만큼 현지 생산이 더 중요해졌다. 클라크스빌 공장은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모터 등의 부품 공급처도 다른 곳으로 바꿨다.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대표(부사장)는 “현지 생산을 하면 물류비, 관세, 배송시간 등이 줄어 생산비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클라크스빌=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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