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빈자리 채워라” 대구시-경북도, 호찌민-방콕서 관광 마케팅

호찌민·방콕=박광일 기자

입력 2019-05-30 03:00 수정 2019-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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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10> ‘관광 한류’로 뜨는 베트남-태국


21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 청소년문화센터 앞 야외무대에서 한국의 남성 9인조 보이그룹 디크런치가 공연을 시작했다. 10, 20대 베트남 팬 300여 명이 한국어로 ‘오빠’ ‘사랑해요’라고 외치며 열광했다. 공연이 끝나고 디크런치와 권영진 대구시장, 윤종진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나눠준 복주머니 같은 기념품은 금세 동이 났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벌인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 해외 홍보 로드캠페인 첫날 장면이었다.

이날 대구 경북에 관한 퀴즈를 맞혀 디크런치에게서 직접 선물을 받은 대학생 판타인록 씨(20)는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아 올 3월에는 가족과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며 “오늘 알게 된 대구 경북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 ‘오소(Oh! So!) 대구 경북’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앞두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광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아세안이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감소한 중국인 관광객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최근 한국을 찾는 아세안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경북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20만3686명에서 지난해 18만2144명으로 10.5%(2만1542명) 줄어들었다. 아세안 관광객은 같은 기간 11만1815명에서 15만6351명으로 39.8%(4만4536명) 늘었다.

대구 경북은 지난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대만인 관광객 유치에 성공을 거뒀다. 대만에서 대구 경북의 주요 관광지를 알리고 현지 여행업계 문을 두드린 결과 2017년 10만2705명이던 대만인 관광객은 지난해 24만1401명으로 135%(13만8696명) 급증했다. 대구∼타이베이 직항 노선 개설도 한몫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세안에서도 ‘대구 경북 관광 붐’을 일으키기 위해 권 시장과 윤 부지사를 비롯해 관광업계, 유관기관 관계자 등 약 70명은 20∼24일 호찌민과 태국 방콕에서 대구 경북 마케팅에 나섰다.

현지에서 대구 경북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고 보고 지역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로드 캠페인과 관광 설명회를 열어 시민들과 현지 여행업계에 대구 이월드와 동성로 서문시장,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 같은 주요 관광지와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렸다. 베트남과 태국의 여러 시정부를 찾아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원을 당부하고 상호 교류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지 일부 여행사와는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1일 호찌민 롯데레전드호텔에서 열린 관광 설명회에 참석한 현지 여행사 비엣트래블 후인판프엉호앙 부사장은 “그동안 한국 하면 서울과 제주만 알았는데 대구 경북의 멋을 충분히 알았다”며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베트남의 냐짱 다낭 하노이와 방콕 직항 노선이 있는 것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항공사 등과 협의해 호찌민 직항 노선 개설도 추진한다.

슬로건 ‘오소(Oh! So!) 대구 경북’의 오소는 ‘즐기러 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오소’와 영어의 ‘아, 정말!’ ‘대단해’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한번 오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대구 경북이라는 뜻을 담았다.


○ 맞춤형 전략으로 공략

대구 경북은 아세안 각국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관광객 유치 전략을 짜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인센티브 관광 수요를 이끌어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직원 포상여행인 인센티브 관광은 회사가 보증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보다 한국 비자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권 시장과 윤 부지사 일행은 21일 호찌민에 진출한 이랜드그룹 계열 의류 제조사 ‘타인꽁’을 방문했다. 호찌민 공장에 7000명, 인근 다른 공장까지 합하면 1만 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은홍 이랜드 동남아 총괄 대표 사장에게 포상여행으로 직원들을 대구 경북에 보내달라고 제안했다. 대구에 테마파크 이월드를 비롯해 동아백화점 NC아울렛 등 이랜드그룹 계열사가 여럿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서울로만 인센티브 관광을 보냈는데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경북은 문경 국군체육부대와 예천 양궁장, 경주 축구공원, 김천 종합스포츠타운 같은 우수한 체육훈련 시설을 내세워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베트남 스포츠팀의 전지훈련 유치를 타진하는 등 스포츠 관광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대구는 방콕에서 대구지역 병원과 현지 여행업체의 만남을 주선해 의료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였다.

권 시장은 다음 달 26,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찾아 대구 경북 공동 해외사무소 개소식과 포럼, 경제인 교류회에 참석한다. 28∼30일 방콕으로 넘어가 자매도시 주간 행사와 소방안전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도시 간 우애도 다질 계획이다.

권 시장은 “대구 경북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홍보해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아세안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활발하게 교류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윤 부지사는 “유서 깊은 역사 유적과 체험을 연계한 다양한 관광 상품을 더 많이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호찌민·방콕=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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