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고용 부진 한국, ‘잃어버린 20년’에 갇힐 수도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5-30 03:00 수정 2019-05-30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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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냉전’ G2에 낀 한국에 우려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동아국제금융포럼’의 글로벌 토론 현장. 왼쪽부터 모더레이터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야곱 달 맥킨지앤컴퍼니 아시아뱅킹리더.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중 무역분쟁에 낀 한국은 ‘실험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방에 있어서는 미국과 뗄 수 없고 최대 교역상대는 또 중국인데, 어떻게 한국이 한 나라를 선택하겠습니까. 외교의 묘미를 잘 발휘해 포화 속을 헤쳐 나가야죠.”(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0.3%)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반(反)화웨이’에 동참하길 바라는 미국과, 한국을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중국 사이에 낀 것이 대표적 예다.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동아국제금융포럼’을 찾은 경제 전문가들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요구했다.


○ 먹구름 낀 세계경제, 한국에 ‘직격탄’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한목소리로 세계 경제의 먹구름이 한국을 위협한다고 진단했다. 로치 교수는 “한국의 수출 의존적인 경제가 문제”라며 “금융위기 이전(1987∼2007년)에 글로벌 무역성장률은 연 7.1%였으나 그후(2012∼2018년) 3.6%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고 있어 한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수요나 투자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미국 경제도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지난 2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세금 인하와 재정지출로 미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이제 그 효과가 소멸돼 조만간 성장둔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기술전쟁’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미중 간에 끼어 있는 한국에 리스크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수출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자칫하다가는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가 고착화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서비스산업 혁신, 규제완화로 위기 돌파해야”


그렇다면 한국은 ‘세계경제 둔화’ ‘냉전 2.0’의 세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로치 교수는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고, 중앙은행도 조금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화 교수는 “일본, 미국과 비교했을 때 의료, 금융 등의 서비스 산업 비중이 떨어지는데 이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나와야 한다”며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제도가 많은데 정치, 경제 제도의 혁신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곱 달 맥킨지앤컴퍼니 아시아뱅킹리더 역시 “홍콩에는 올 4분기에만 8개의 가상은행(virtual bank·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한 개념)이 발족할 예정인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라며 금융 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시스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제조업 경쟁력, 재정건전성, 금융시스템이 경제에 있어 3가지 방파제라고 할 수 있는데 앞의 2가지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이 든든히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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