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죽다", 게임 질병코드 반대 공대위 발족

동아닷컴

입력 2019-05-29 13:38 수정 2019-05-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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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게임 문화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며, 새로운 게임 문화가 태어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금일(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 출범식에서 나온 말이다. 공대위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대위 출범식을 갖고 동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해 앞으로 대응 계획을 밝혔다.

공대위에는 약 90개 협단체와 대학이 뜻을 모아 출범했다. 특히, 게임은 물론 학국영화학회, 한국애니메이션협회 등 타 산업 군에서도 힘을 더했다. 공대위는 향후 공대위를 상설기구화해 게임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연구 추진, 범국민 게임 촛불 운동을 시작해 게임 질병코드화 반대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게임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 발족 및 기자회견

■ 게임에 대한 애도

공대위 위원장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어떤 형태로 행사를 진행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오늘은 게임 문화와 게임 산업에 대해 장례를 치르는 자리다. 게임이 대체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게임이 젊은이들의 그리고 미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에 대한 반감과 멸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다. 오늘은 과거의 게임 문화를 떠나보내는 자리다. 그리고 한편으로 새로운 게임 문화로 태어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며 공대위의 발족을 알렸다.

게임이 질병 코드로 분류된 것에 대한 애도사도 이어졌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김병수 회장,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최요철 회장이 현재 상황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은 "어릴 적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을 처음 만난 날부터 게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지치고 힘들었을 때 내 옆에서 친구가 돼 주었던 게임, 밤을 새워가며 공략해가는 즐거움에 시간이 가는 줄 몰라서 게임이 너무 좋아서 게임업계에 뛰어 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시간에 비례하여 게임을 플레이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 어느새 나이가 들어 업무에 치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줄어들어 갔습니다."고 말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2019년 5월 25일 저녁 멀리 스위스에서 갑작스럽게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WHO에서 게임이용장애라는 이름을 붙여 질병코드로 지정한다는 보도였습니다. '아........질병.......' 소식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휩싸였습니다. 제 입에서는 탄식만이 맴돌았습니다. "왜 내가 좀 더 세상에 대해 설득하고 노력하지 못했을까?", 게임에 몸 담은 많은 분들이 슬픔에 이기지 못하고 술로 밤을 지새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에 깊은 회한에 빠지기도 합니다."라고 이야기를 이었다.

게임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 발족 및 기자회견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은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게임이 문화가 아니라는 자들에 대항하여 당당히 맞서 고자 합니다. 지능적으로 변신해 온 그들의 논리에 맞서고자 합니다. "게임은 마약"이라고, 게임 자체를 공격하던 논리에서 변화해 "게임이용자 중 아주 소수이지만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우리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우회하지만 그들의 결론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제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유튜브, 영화, 만화에도 이러한 굴레를 씌우려고 시도할 지 모릅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김병수 회장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임요한, 장재호, 페이커(이상혁) 같은 선수들은 나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는 왜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이 나오지 않냐? 왜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개발하지 못하냐?" 말할 때도 우리는 e-Sport의 종주국이며 게임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 자부심은 과거의 영광이 될지 모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최요철 회장은 "게임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완벽하지 못한 모습의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드라마의 한 대사를 끝으로 애도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네 잘못이 아니다.""라며 애도사를 마쳤다.

■ 게임 자유 선언

이어서는 중앙대 김주명 학생의 게임 자유 선언도 이어졌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

게임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 발족 및 기자회견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여 게임의 자유를 선언합니다.

게임은 우리 젊은이들의 살아 있는 문화입니다. 게임 속에서 우리는 숨쉬어 왔고, 게임 속에서 세상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게임은 배움의 장이기도 합니다. 게임의 복잡한 구조를 헤쳐나가면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습득합니다. 게임은 신화, 역사, 과학, 사회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게임은 소통의 창이기도 합니다. 낮은 사회성으로 인해 대인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은 게임으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러나 게임은 지금 현대판 '마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마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그릇된 문화'가 돌을 맞고 있습니다. 19세기에는 소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20세기에는 TV였습니다. 21세기에 기성 세대는 젊은이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새로운 악을 찾았고 낙인을 찍었으니 그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이 소설이나 TV와 다른 점이 있다면 셋 중 유일하게 질병 코드를 부여받았다는 것입니다. 소설의 독자들은 과한 몰입으로 인해 현실과 환상과의 구분 능력을 잃고 건설적이지 못한 분야에 힘을 쏟는다고 비난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비난받던 소설도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질병으로 분류되기는커녕 이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설 읽기를 권장합니다.

나아가 소설은 게임으로 진화했습니다. 양방향 문화 매체인 게임은 이제 소설 속에서 상상해 왔던 현실을 가상으로 그려내고, 유저 모두가 연결되어 서로 소통하고 생각하며 공동의 과업을 달성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희들의 게임에, 게임을 조금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6C51' 이라는 코드명이 부여되었습니다.

오늘 저희는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합니다. 게임은 저희들의 소중한 문화이며,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여는 창이며, 5천년 역사에서 한국이 자랑할 만한 혁신의 산물이라는 것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게임은 인공지능을 낳은 토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던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드 하사비스는 게임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이 청소년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들의 삶에 위안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희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공대위 향후 계획

오늘 자리에서는 공대위의 향후 대책도 크게 10가지가 발표됐다.

첫째,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게임 관련 범부처 참여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둘째, 공대위를 상설 기구화 한다.

셋째, 사회적 합의 없는 KCD(한국표준질병분류) 도입 강행 시 법적대응도 검토한다. 공대위는 이에 대한 자문 변호사의 의견도 있다.

넷째,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 방문, 보건복지위 위원장, 국회의장 면담을 추진한다.

다섯째, 게임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 연구 추진 및 글로벌 학술 논쟁의 장을 마련한다.

여섯째, 게임질병코드 도입 Before & After FAQ 제작 및 배포한다.

일곱째, 게임질병코드에 맞설 게임 스파르타(파워블로거) 300인 조직과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 시작한다.

여덟째, 게임질병코드 관련 모니터링팀 조직한다. 공대위 측은 게임이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찬성론자들의 데이터가 삭제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도 더했다.

아홉째,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연대 활동 강화한다.

열째, 범국민 청와대 국민청원을 검토한다.

■ 현장 질의 응답

향후 계획 발표 이후에는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Q. 범부처 민간합의체 구성 제안하겠다 했다. 그리고 어제 국무조정실에서 민간합의체 발표했다. 이와 별개인가?
A. 이낙연 총리의 제안을 환영한다. 게임이 질병코드로 지정되었을 때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질병코드 지정을 받았을 때 병역 면제를 해야 하는 가도 중요하다. 또 중기부 입장에서는 게임 스타트업이 논란에 빠질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부처들과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추가 제안이다.

Q. 법 위반이라는 자문변호사 의견과 찬성론자들의 데이터가 삭제되고 있다고 한 내용에 대해 보충 설명을 부탁한다.
A. 통계법 22조에 따르면 무조건 동의는 안된다. 국제 표준 분류를 기준으로 하라는 것은 참고하라는 것이다. 반드시 하라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따라야하는 것이면 관계 기관의 장과 사전 협의할 필요도 없다. 국제 표준 분류대로 그대로 하면 된다. 그냥 도입하면 되지 기준으로 삼으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찬성 분들의 자료를 추적 중인데 몇몇 자료가 사라진 정황을 파악했다.

Q. 영화 300처럼 단체를 조직하는 것인가? 그리고 촛불은 정치적은 상징으로 보일 수도 있다.
A. 공대위 내부에 단체가 많다. 이러한 단체를 통해서 추천을 받을 것이고, 300인이 넘는 분들이 지원할 것이라 본다. 광화문에 모여서 뭔가를 하는 오프라인 운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특성처럼 온라인상에서도 그런 운동을 펼치려고 한다. 또 국민들 설득 작업을 하려고 한다. 진보나 보수의 정치 문제는 아니다.

게임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 발족 및 기자회견, 출처: 게임동아

Q.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의 중독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스마트폰도 충분히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게임보다 훨씬 이슈인 것이 스마트폰이라 본다. 스마트폰은 잠자는 시간 빼고 다 사용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가 쓰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스마트폰을 확인하는가? 그리고 게임 다음 타깃은 동영상이다. 일본에서는 청소년이 게임보다 동영상 사용 시간이 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동영상 쪽으로도 넘어가 것이라 본다.

Q. 대형 게임사와 논의 된 것이 있는가?
A. 지금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다. 한국 게임 산업 협회 역할이 중요하다.

Q. 게임 질병 반대 연구 계획과 방향성은?
A.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가 찬성이 많은 것은 정부의 자금이 그쪽으로 흘러가서라고 본다. 특정 지원에 의한 연구가 많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반면 해외 사례를 보면 질병 반대 연구가 많다. 지원 없이 혼자 반대 연구한 경우도 많고, 공공연구도 많다.

Q. 해외 협단체와의 공조는?
A. 질병 반대에 나서는 글로벌 협의체를 파악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게임산업협회는 연대하고 있다. 연대 단체가 많아지면 좋을 것으로 본다. 더 많은 협회와 연대가 가능한지는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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