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이 질병? 5년간 추적에도 인과관계 입증 안돼”

뉴스1

입력 2019-05-28 15:18 수정 2019-05-28 15: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게임하는 청소년 뇌 fMRI 해도 뇌구조 변화 없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WHO 게임중독 질병코드화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과 실제 게임중독 관련 치료현장에서 일하는 임상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 청소년들의 뇌기능검사와 5년간 추적연구를 해도 게임이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는데 WHO가 과학적 근거 없이 섣부르게 질병으로 등재했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게임산업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WHO의 게임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소금이나 설탕은 많이 먹으면 인체에 해롭지만 적당히 섭취하면 음식의 맛을 돋궈주는 재료이며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는 중립적 물질”이라면서 “게임도 이와 같은 중립적 물질이며 놀이문화일 뿐 그 자체로 중독성을 갖는 마약이나 도박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게임을 꾸준히 하는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청소년기 게임 과몰입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도 사라질 수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5년간의 청소년 추적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년도에 ‘게임 과몰입’에 빠졌던 청소년 피험자가 2차년도엔 일반 상태로 되돌아오고 일반 상태였던 피험자가 이듬해에 게임 과몰입 상태가 되는 등 과몰입과 일반 상태를 왕복하는 경향이 조사 대상의 50%를 넘을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통해 ‘게임 과몰입’은 약물이나 질병치료로 통제해야 할 만큼 심각한 중독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사회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 강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피험자들의 뇌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임상연구를 병행한 결과 게임 과몰입 자체가 뇌에 구조적 변화를 주는 것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각에서는 게임을 할 때 도파민이 분비돼 마약 중독과 유사한 현상을 나타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정작 이런 주장에 과학적 근거는 제시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게임 과몰입 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직접 상담치료를 제공하는 전문가도 나와 게임이용장애를 중독으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현재 게임과몰입 치유를 위한 힐링센터 팀장을 맡고 있기도 한 전영순 건국대 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전문가는 “청소년이 게임 과몰입상태에 빠졌다며 센터에 내원하는 경우를 보면 게임 자체에 중독됐다기보다 학교생활, 가정생활,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있고 그 결과로 게임에만 외골수로 빠지는 ‘공존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록과 관련해서도 전 팀장은 “게임을 이용하는 동기, 게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에 대해 충분히 연구되지 않고 내린 결정이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게임 자체가 중독성이 있어 자녀의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임상혁 게임법과정책학회장(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타의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은 문화활동 등을 보장한 헌법상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이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기업의 영업활동 자유도 침해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자기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청소년이 게임 과몰입에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사후관리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놀이문화’인 게임을 중독과 같은 ‘유병인자(병을 유발하는 물질)’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