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상조에 작심 발언…“구글 등 글로벌 기업 아닌 국내 기업만 규제”
배석준기자
입력 2019-05-23 17:41 수정 2019-05-23 17:5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동아일보DB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재계 11~34위 그룹에게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공정경제 구축을 위한 정부 정책 방향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순위 11~34위 대기업 집단 중 15개 기업 전문경영인(CEO)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취임 이후 네 번째다. 이 자리에는 석태수 한진 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신명호 부영 회장직무대행, 이광우 LS 부회장, 여민수 카카오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희생시키는 그릇된 관행으로 이제 더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고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김 위원장에게 경쟁법 집행을 유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마다 주력 업종이 다르고 규모도 달라 경쟁법을 획일적 기준으로 적용하면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 획일적 기준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예컨대 대기업 시스템통합(SI)업체의 경우 내부 정보, 보안 등과 연관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일률적인 방식으로 문제점을 지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각종 공시 등 규제 준수를 위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제도와 관련해 동일인의 혈족 6촌, 인척 4촌 등 관련자를 파악해야 하는 점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여민수 카카오 사장은 “같은 사업인데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만 규제를 적용받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에는 과거의 기준을 너무 경직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며 “국내 기업이라고 역차별을 주는 게 아니라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동등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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