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릴베이퍼 붙어보자’…전자담배 전쟁 재점화

뉴시스

입력 2019-05-23 06:05 수정 2019-05-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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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쥴' 24일, 한국 '릴베이퍼' 27일 판매
궐련형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맞대결 시작
강화된 금연 정책 광고 못해 오직 '맛' 승부



미국 전자담배 업체 ‘쥴랩스’(JUUL LABS)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24일부터 판매된다. 케이티앤지(KT&G)는 같은 유형의 전자담배 ‘릴 베이퍼’(LIL VAPER)를 사흘 뒤인 27일 내놓는다. 쥴랩스는 미국 전자담배 1위 업체, KT&G는 국내 담배 1위 업체다.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담배 회사가 액상 전자담배 시장을 놓고 맞붙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전자담배 전쟁’이 궐련형에서 액상형으로 전장을 바꿔 재점화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쥴이 일단 담배 대안이 될 것”

쥴랩스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쥴 판매를 공식화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애덤 보웬 공동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임스 몬시스 공동 설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 이승재 쥴랩스코리아 대표, 켄 비숍 아시아 국제성장 부문 부사장 등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출시되는 만큼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몬시스 CPO는 이날 쥴을 “전 세계 10억명 흡연자의 대안이 될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쥴을 피우면 일반 담배를 피웠을 때 나오는 유해 물질의 95%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담배 모양과는 완전히 다른 직사각형 모양으로 제작됐다고도 했다. 보웬 CTO는 “쥴이 일반 담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쥴? 액상형 전자담배?

2015년 출시된 쥴은 길쭉한 USB모양을 한 이른바 폐쇄형 시스템(CVS Closed System Vaporizer) 전자담배다. ‘팟’(pod)으로 불리는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를 기기 본체에 끼워 피운다. 성인 남성 엄지 손톱 크기의 팟 1개는 200여회 흡입이 가능해 일반 담배로 치면 한 갑 역할을 한다.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고, 카트리지만 끼우면 바로 작동 가능해 편하다.

쥴은 미국 10~30대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국 현지에서는 쥴을 피운다는 의미의 ‘쥴링’(JUULING)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고등학생 전자담배 흡연은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흡연량 증가가 쥴랩스의 전자담배 ‘쥴’(JUUL)과 관련 있다고 보기도 한다. 달가운 수치는 아니지만, 쥴의 인기를 가늠해볼 수는 있는 척도는 될 수 있다.

◇KT&G “이번엔 안 당해”

2017년 5월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는 20~40대 흡연가의 지지를 받았다. 이후 KT&G는 ‘릴’(LIL)을 내놨지만, 후발주자인 탓에 고객 일부를 뺏앗길 수밖에 없었다. 전자담배 시장은 아이코스와 릴의 경쟁 속에 전체 담배 시장의 12%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아이코스가 막 출시된 2017년 2분기 전자담배 판매량은 200만 갑, 올해 1분기엔 9200만 갑이 팔려나갔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전자담배 시장에서 더이상 고객을 뺏길 수 없는 KT&G는 쥴의 국내 판매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대항마를 내놨다. 그게 바로 릴베이퍼다. 액상 카트리지 이름은 ‘릴시드’(LIL SEED)다. 작동 방식은 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릴베이퍼는 편의점 씨유(CU)를 통해 독점 공급된다. 쥴은 일단 편의점 지에스(GS)25·세븐일레븐으로 통해 판매된다. 이렇듯 두 회사는 유통 창구도 완전히 다르다. 말 그대로 대결 구도다.

◇강화된 금연 정책, 누가 이길까

지난 21일 보건복지부는 흡연을 더 강력하게 억제하는 ‘금연 종합 대책’을 내놨다. 실내 흡연실을 완전히 폐쇄하고, 담배 광고를 최대한 억제하고, 흡연 폐해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내용이 포함됐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38%대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늦어도 2025년까지는 20%대로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흡연율 감소 흐름이 정체하고, 이번엔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나오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쥴랩스와 KT&G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쥴랩스 임원들은 한목소리로 “규제를 존중하고 준수하겠다”고 했다. 성패는 결국 담배 맛으로, 이에 따른 입소문으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쥴과 릴베이퍼의 맛이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를 능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쥴 팟 니코틴 함량은 1.7%, 3%, 5% 세 가지다. 국내에서는 유해물질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된다. 이렇게 되면 쥴 특유의 타격감(연기를 마시는 느낌)과 연무량(내뱉는 느낌)이 나올 수 없다. 릴베이퍼도 같은 상황이어서 두 회사 모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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