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꿈꾸던 무대… 가수의 색 벗고 악마의 색 입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5-23 03:00 수정 2019-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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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피스토’ 주연 남태현
아이돌 가수-밴드 거쳐 새 도전… “강렬한 캐릭터 매력에 푹 빠져”


“뮤지컬 무대에서는 ‘가수 남태현’의 모습을 지우려고 해요.”

소설 ‘파우스트’를 각색한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에서 악마 ‘메피스토’ 역을 맡은 남태현(25)은 가수의 색을 벗고 악마의 색을 입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이돌 가수로 저를 좋아하던 팬이든 저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든 누가 보더라도 뮤지컬 배우로서 악마 같은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는 긴 여정을 거쳤다. 대형 기획사 연습생으로 대중에게 첫 모습을 드러낸 뒤 인기 아이돌로 데뷔했다. 이후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직접 밴드를 결성했다. 매력적 음색을 가진 보컬로 활약하며 곡, 가사도 썼다. ‘뮤지션’ 자격으로 TV 예능, 경연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가창력을 뽐내고 있다.

그런 그도 뮤지컬 제의를 받았을 때 첫 반응은 “못 할 것 같다”였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뮤지컬 ‘헤드윅’을 보고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의를 받으니 제 발성이 뮤지컬과도 맞지 않을 것 같았고 연기도 하려니 부담스러웠죠.”

고민 끝에 그는 결국 도전을 택했다. 매력이 넘치는 ‘메피스토’ 배역 때문이었다. 남태현은 “첫 장면부터 강한 독백을 내뱉는 메피스토는 인간의 선함을 전면 부정하는 캐릭터”라며 “영화 다크나이트 속 ‘조커’, 만화 데스노트의 ‘류크’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다행히 연습을 반복하면서 뮤지컬 무대만이 갖는 뜨거움을 느꼈고 두려움도 자연스레 줄었다.

동료, 선배들과의 각별한 ‘케미’도 그의 첫 무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상대역 ‘파우스트’를 맡은 신성우, 김법래, 문종원 배우 같은 대선배들이 연습 때마다 상세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도와주시기에 절정의 호흡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연예인, 아이돌은 단순히 마케팅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남태현 역시 이런 꼬리표를 잘 안다.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두렵기도 하지만 제 딴에는 정말 이 무대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25일부터 7월 28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4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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